▲ 지난달 26일 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에서 인지기능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크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인지기능장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소 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의 체험을 통해 뇌세포에 자극을 주고 기능을 활성화시켜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기억력·언어기능·파악능력 저하 등
치매와 증상 비슷해도 일상생활 무난
유형별 관리 잘하면 악화 막을 수 있어

주기적 인지기능 검사 등 통해 체크
두뇌활동·규칙적 운동 프로그램 도움
과식·흡연·음주·약물남용 피해야
 


과거와 현재를 혼동해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재벌회장.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고, 사랑하는 이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재벌회장의 부인.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한 방송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일이다.
 
이들 부부의 공통점은 상황과 장소에 따라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치매는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고 복잡한 질환이다.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치료보다 향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조기에 관리하면 치매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 치매의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능력은 뇌의 전두엽에서 담당한다. 전두엽의 집행기능을 일컬어 인지기능이라 한다. 이런 인지기능이 손상돼 평소 자신이 하던 일이나 일상적인 생활, 사회생활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초래되는 경우를 흔히 치매라고 한다.
 
인지기능 저하에 따른 경도인지장애 증상은 치매와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기억력이 떨어져 방금 전에 들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반복해서 질문을 한다거나, 약속한 것을 잘 잊어먹거나, 물건을 찾지 못하는 증상이 두드러지면 인지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스스로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경우에는 치매라기보다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로 판단한다. 즉, 치매로 진행하기 전 단계의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를 지닌 사람의 경우 해마다 10~15%정도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조기에 관리만 잘하면 치매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치매·경도인지장애센터(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2005년 8월부터 18개월간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천 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추적 연구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모두가 치매로 진행되지는 않으며, 9% 정도만 치매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상으로 회복되는 비율은 18%정도였으며, 나머지 73%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고 그 상태에 머물렀다.
 
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 신경과 정중택 병원장은 "경도인지장애는 증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한다. 기억력만 떨어진 기억성 경도인지장애와 두 가지 이상의 인기지능이 손상된 다영역 경도인지장애, 기억력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 중 한 가지 인지기능이 떨어진 비기억성 단일영역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분류한다"며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각각의 증상이 다른 종류의 치매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며, 유형별로 조기에 관리하면 증상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증상과 치료·예방법
인지기능 저하에 따른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오래된 기억들은 비교적 잘 유지하는 편이다. 또 언어기능이 떨어져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고, 책이나 신문을 볼 때 몇 번 반복해서 읽어도 예전과 달리 내용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공간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증상 중 하나이다. 자주 다니던 장소를 찾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전두엽의 집행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계획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하며, 상황이 바뀌는 것에 대한 대처능력과 융통성이 감소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경도인지장애가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긴 하지만, 두 가지를 구분 짓는 기준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정중택 병원장은 "치매환자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수행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지만, 경도인지장애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유형별 조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두 가지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질환 등에 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왕성한 대뇌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새로운 외국어나 새 악기 등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는 것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창작활동·일기쓰기·독서·신문보기·바둑·장기·규칙적인 운동 등은 두뇌활동을 유지하는 데 유익하다. 과일과 야채를 매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치매로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년 한 번 이상 주기적인 인지기능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또 자기공명 및 기능성 자기공명 검사(MRI, fMRI)를 통해 뇌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한 변화 양상을 체크해 신경인지기능 저하, 사회 인지기능 저하, 정서기능 저하의 신경 상관물에 대해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뇌의 혈류변화와 기능에 대한 영상 검사 기법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도 시행되고 있다.
 
삼가야 할 것들도 많다. 과식과 과도한 육식, 짠 음식, 흡연, 음주 등이 대표적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편해지는 각종 신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흔히 먹는 약들 중에는 필요 이상 장기간 복용 했을 때 기억력과 집중력을 포함해 뇌기능을 떨어뜨리는 성분들이 많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한다.
 
정중택 병원장은 "스스로 기억력이나 일상생활 능력의 감퇴를 느낀다면 치매에 대한 조기 검진을 통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가족 중에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의학적으로는 치매 상태가 아니므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독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 정중택 병원장(신경과 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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