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오래 전 일이 생각나는 군요. 대표님이 부산일보에 연재소설을 썼을 때, 제가 그 원고를 처리했었지요? 저는 그때 대표님 탓에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소설에는 사실적인 성적 묘사가 많이 나왔는데, 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 회원들이 저에게 조직적으로 항의 전화를 걸어왔던 것입니다. 저는 "'표현의 자유'란 게 있으며, 특정 표현이 외설이다 아니다 하는 판단은 맥락을 살핀 뒤에라야 가능할 것인데, 개인의 잣대에 따라 외설 여부를 단정 짓는 건 온당치 못하다"며 방어했지만, 땀 좀 흘렸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표님은 소설가이자 한국일보 미주지사 기자였으니 '언론의 자유'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리라 판단됩니다. 자, 그래서 저는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해 드리려 합니다. 김맹곤 김해시장을 아십니까? 민주당 소속으로서, '김해의 MB'라는 말을 듣는 분입니다. 최근에 이 분과 이춘호 전 비서실장이 <김해뉴스>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도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입니다.
 
저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분들로 인해 민주당이 곤란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양식 있는 분들은 이 소송을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봉쇄 소송'은, 승소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서 비판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김해뉴스>가 당면한 소송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하나 들겠습니다. 이춘호 씨는 저의 칼럼도 문제 삼았습니다. '<도가니> 영화를 보다'라는 칼럼입니다. 이 칼럼은 영화 <도가니>의 고발 덕에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해소돼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시견'인 기자로서 반성을 했다, 김해에서는 이춘호 씨의 뇌물수수 문제를 포함해 불미스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기자로서 부패 일소를 위해 매진하고자 한다, 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씨는 소장에서 이 사회성 짙은 칼럼을 '영화칼럼'으로 규정한 뒤, 왜 '영화칼럼'에 영화와 무관한 자신의 이름을 끼워 넣었느냐고 항의했습니다. 이는 칼럼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독해력에 문제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소송의 내용이 이처럼 황당하더라도 당사자는 소송 경비를 들이고, 대응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님, 미국에는 이런 소송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고 하니, 입법하는 분으로서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대표님, 얼마 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출입기자 두 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민주당 경남도당과 중앙당이 낸 논평을 기억하십니까? 경남도당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 등의 횡포는 단호히 배격돼야 한다"고 했고, 중앙당은 "(홍 지사의) 그릇된 언론관이 지금의 언론자유 침해와 압력행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민주당은 지금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이중적인 행태를 혐오하는 정당이라면, 당장 김 시장에게 소 취하를 강권하고 징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홍 지사의 소송과 관련해 공익변론을 선언한 경남민언련의 입장을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가지고 있을 때만 제한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로, 도지사의 직위에서 충분히 용인되는 비판에까지 개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대표님, 개인적인 인연을 생각해서 한 번 더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나비(김맹곤 시장)의 날갯짓이 민주당을 뒤흔드는 '태풍'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잘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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