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직면했던 김해시 장유면 쌍용 예가 아파트. 최근 '할인 분양'에 따른 전세 승계와 전매 행위로 인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해시 장유면 무계리 구도심에 들어선 쌍용 예가1·2차 아파트. 요즘 '할인 분양'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 무슨 일이 있나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최근 아파트 분양가를 최고 15%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면서 장유지역 부동산중개사무소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분양가를 15% 할인할 경우 평형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금액으로 따져보면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152㎡(46평형)의 경우 평균 4천500만원, 159㎡(48평형)은 4천750만원이다. 또 중·대형인 178㎡(54평형)의 경우에는 5천400만원이나 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해지역의 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과 저축은행 부실에 따른 투자 자본들이 앞다퉈 이 아파트로 몰리면서 분양을 받으려는 대기자 수만 600여 명에 달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7일 분양사무실에서 만난 박준호(53) 씨는 "분양신청을 하려고 창원에서 일부러 왔는데, 나보다 먼저 분양을 신청한 대기자가 400명이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현상이 발생한 주된 이유는 이달부터 인근 율하지구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자 쌍용건설 측이 2년 전의 미분양 사태가 재연될까봐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쌍용건설 측은 2년 전인 지난 2008년에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자 물량의 상당수를 '임대(전세)'로 돌렸다. 당시 쌍용건설 측은 총 1천109세대(1차 583세대, 2차 526세대)의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으나, 교육 및 편의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전체 물량의 60% 이상이 미분양 상태로 남았다.

◆ 문제는 없나

쌍용건설 측은 2년 전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자 임대 정책을 펴 발등의 불을 끄는 한편,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세입자들에게 분양 우선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올 연말까지 전세에서 분양으로 전환되는 이 아파트의 물량은 총 300여 세대로, 다음 달부터 7월말까지 집중적으로 쏟아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김해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우선 분양권을 가진 세입자들이 일부 부동산 중개인들과 짜고 '전세승계'와 '전매'같은 편법을 동원, 할인 혜택을 나눠가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개인들은 분양권을 얻어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을 받은 다음 실수요자에게 비싸게 팔고, 세입자들은 전세권과 분양권을 넘기는 대신 중개인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아 챙기는 것이다.
 
이 같은 편법이 가능한 이유는 이 지역이 토지개발지구가 아니라 민간택지개발지역이라서 '전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일부 중개인들과 세입자들이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이종덕 장유분양팀장은 "2년 전 전세로 돌리면서 임차인이 등기를 하는 조건으로 분양 우선권과 할인율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시중에서 어떤 형태로든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것까지 시공사에서 막을 수는 없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실(비어 있는 아파트)의 경우 등기를 하지 않아도 전매가 허용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나 부동산 중개업자 모두 전매를 통해 프리미엄을 챙길 경우 세금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물량이 부족해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제값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해야 하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아파트의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율하지구 등 올해 김해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들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까지 분양을 받아 입주한 경우는 47세대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220세대를 넘어섰다. 다섯 달 만에 분양률이 5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쌍용건설 측은 앞으로 분양 할인율을 줄여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덕 장유분양팀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시세가 올라갈 경우 매매가격을 올리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지난 1월 25일부터 최고 15%에 달했던 할인율을 11%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제 분양 대기자들은 이래저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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