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과 몸을 관찰하여 그 모양이나 색이 가지는 의미를 분석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을 통하여 상대방의 첫인상을 읽고 나름의 느낌을 통하여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훈련되어 있다. 그런 정보를 통한 포괄적 파악도 절대 틀린 것이 아니지만 세세한 흐름을 읽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제한성을 극복하려면 어떤 기준을 통한 학술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관상학의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관상학은 그 사람이 가진 기질, 행동적 특성, 운명적 요소 등을 '꼴'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분류하고 있다. 즉 '상법'이란 '구조(꼴)는 기능을 제한한다'는 대전제 아래 구조가 보여주는 에너지 패턴, 기능적 특성을 이론적 근거를 통하여 접근하니 훨씬 이해가 합리적이고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을 어떤 틀에 의하여 구조화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기준이 있다. 고저(高低), 대소(大小), 장단(長短), 광협(廣狹), 곡직(曲直), 요철(凹凸), 전후(前後), 후박(厚薄), 미추(美醜), 소밀(疏密), 심천(深淺), 명암(明暗), 집산(集散), 가늘고 굵음, 개폐(開閉), 경중(輕重), 다소(多少), 원각(圓角), 순역(順逆), 흑백(黑白) 등 수많은 기준을 통하여 부분이나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상법의 기준이다. 얼굴을 쳐다보아 무엇을 분석할지 막막하더라도 상기의 기준으로 연습을 한다면 그 차이와 특성을 천천히 알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고 싶지 않아도 매일 매시 쳐다보는 일상이 대부분이라 출근길이나 퇴근길,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여러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귀의 모양을 관찰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인데 '고저' 요소를 하나의 기준으로 여러 사람을 쳐다보시라. 귀가 붙은 위치를 착이점(着耳点)이라고 하는데 우선 사람마다 그 위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귀가 머리의 윗부분에 가깝게 자리 잡은 사람도 볼 수 있고 턱 부위에 가깝게 자리 잡은 사람도 볼 수 있다. 그 차이를 다시 몇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자연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물의 귀가 높게 붙은 개나 토끼의 특성을 따져보자. 비교적 소리를 잘 듣는 개나 토끼의 속성을 따져본다면, 귀의 역할이 많으니 그 위치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도 귀가 높으면 귀의 역할이 많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기능이 평균보다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귀의 위치가 낮으면 귀의 고유 기능인 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귀가 크다면 안테나가 넓은 효과가 발생하므로 작은 귀보다 그 기능이 강할 것이라는 것도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의 주제를 들고 궁리하다 보면 자연 상(相)의 이치를 서서히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눈, 코, 귀, 입, 눈썹, 뺨 등을 상기의 기준으로 나누어보면 어떤 기운이 강하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눈썹 털을 관찰할 때 가늘고 굵음, 드문드문함과 빽빽함을 상징하는 소밀, 털의 가지런한 결과 역으로 된 결을 비교하는 순역, 눈으로부터 높은 지와 낮은 지를 따지는 고저, 눈을 충분히 덮는 지와 덮지 못하는 지를 비교하는 장단 등을 통하여 하나의 항목에 여러 기준을 적용하여 보면 각각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눈썹이 교우성(交友性)을 상징한다는 기준에서 보면 자연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일례로 눈썹이 긴 경우 교우 관계가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상법이란 무심코 쳐다보아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만을 근거로 해석하는 학문이 아니다. 안면의 어느 부위도 상기의 기준 중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채택하여 분석적으로 접근할 때 정밀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상기의 사항을 잘 새겨 매일 훈련한다면 가히 상법의 묘리(妙理)에 달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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