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가입했다. 세계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데 그게 도대체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이메일로 페이스북에 초청한다는 주변지인의 요청을 받고도 외면하는 일이 점점 곤혹스러워졌다. 뭔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은 정체 모를 초조함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페이스북에 가입했고, 친구맺기를 요청해 온 몇몇 지인들의 요청을 수락하고, 나 역시 몇 명의 지인들에게 친구를 삼아주십사고 요청을 했다. 그러고 나니 페이스북은 나에게 친구를 맺어보라고 많은 사람들, 생각 이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는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을 비롯해, 생면부지의 사람들까지 얼굴과 이름이 줄줄이 떠올랐다. 그중에 한명숙 전 총리와 배우 문성근 씨도 등장했다. 그런데 그 두 사람 모두 나의 친구 5명이 아는 사람이란다. 그 관계로 알만한 사이니 친구를 맺어보라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페이스북은 나의 친구 5명이 언론사에 근무하는 지인들이라는 것 까지도 알려준다.
 
한명숙 전 총리와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니, 페이스북이 말하고 있는 '친구'라는 단어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가상현실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컴퓨터 과학자 재론 레이니어는 <디지털 휴머니즘>에서 "페이스북에서 수천명의 친구를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것은 친구와 우정에 관한 정의를 희석시켰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책의 부제를 '디지털 시대의 인간 회복 선언'이라고 붙인 이 책은 인터넷의 발달이 가져다 둔 편리함 뒤에 인류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대해 생각해 보자고 문제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부모가 사용법을 익히느라 쩔쩔매는 스마트폰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가지고 놀 수 있는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디지털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하는 '디지털 원주민'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가이드북을 뒤져가며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필자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디지털 이주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공존하며 살고 있다. 십 여 년 전과 비교해도 너무나 달라진 이 세상을 구축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재론 레이니어조차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이 분야에 몸담은 이래(그리 오래 전은 아니다) 컴퓨터는 수백만 배나 더 강력해지고, 엄청나게 흔해지고, 훨씬 더 촘촘하게 연결됐다. 마치 무릎을 꿇고 심었던 작은 묘목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자라나, 미처 무릎을 펴고 일어나기도 전에, 마을 전체를 삼켜버린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이 인터넷에 접속 중인가 아닌가 두 개의 시간대로 구분이 가능한 시대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류 각 개인의 생각과 일상은 컴퓨터에 고스란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분절되고 단편화되어 다시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된다. 전체적인 표현이나 논거를 고려하지 않고 조각조각 모아진 집단지성은 마치 수많은 정보들이 모여 합리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정보의 파편이다. 정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것을 통찰해 내는 안목이 없다면 매우 큰 위험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집단지성을 내세우는 컴퓨터는 현생 인류가 수 천 년에 걸쳐 생산해낸 정보를 모두 모으고 뒤섞어 언제든 검색이 가능한 한 권의 책을 만들 수도 있다. 한 권의 책만이 있는 세상을 만약 정부기관이나 종교집단에서 만들어가려 한다면 반발이 대단하겠지만, 컴퓨터공학자들이 이 작업을 한다면 최첨단의 작업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두렵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말이 필자 역시 두렵게 다가온다.
 
현재 우리 앞에 펼쳐지는 웹 현실은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들이며, 앞으로도 무엇이 최선인지 알 수 없다. 가상현실을 창시한 저자는 컴퓨터 기술에 인간이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며 이 책을 썼다. 저자 서문의 한 문장 "이 책은 사람을 위해 쓴 것이지 컴퓨터를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이 말을 하고 싶다. 무엇인가를 공유하기 전에, 당신은 당신만의 독립적인 사고와 의지를 가진 진짜 '사람'이어야 한다고"에 밑줄을 그어본다. 조금은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책이지만, 다 읽고 나니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뚜렷하게 남는다.

▶재론 레이니어 지음/에이콘/295p/20,000원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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