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아웅'은 뻔히 드러날 얄팍한 수로 상대방을 속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래서 주로 아기를 속이거나 어를 때 사용되지만 뻔한 거짓말에도 자주 인용된다.
 
김해시가 공장 설립을 위한 경사도를 11도에서 21도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종전의 25도에서 11도로 조정한 지 3년 만에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산업용지 부족현상과 기존 공장들의 증축 불가로 인한 사유재산권 침해의 우려 등등이 이유란다. 이런 문제점은 3년 전에 25도에서 11도로 조정할 당시에 이미 강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그때 김해시는 빈 공장이 많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일축하였다. 지난 3년 동안 도대체 무슨 변화가 있었기에 스스로 입장을 번복한 것인지 실로 궁금하다. 사실 김해시가 3년 전 경사도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발표했을 때 너무 급진적인 추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난개발에 워낙 질려있었던 터라 고육지책이라는 동조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적극 찬성은 아니더라도 묵인 내지는 방조하는 계층도 상당수 있었다. 거기에다 당시 김해시장은 차기선거에 재출마할 의사가 없다는 소문과 겹쳐 김해의 장기 발전을 위한 고뇌에 찬 충정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따라서 차기 시장 선거를 불과 8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마디로 재선을 위한 선심용 정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김해시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인지 아닌지는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맡길 문제이다.
 
봉림산단 조성의 시행사인 D화학 측에서 마을 어르신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지키겠다는 일념만으로 버티고 있는 어르신들의 순박한 가슴에 못을 박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이 승인한 '리브컴 어워드'는 매년 살기 '좋은 도시'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순천, 창원 등이 선정된 바 있고, 경남 고성이 2013년도 본선에 진출한 상태이다. 이밖에 영국의 머서, 이코노미스트, 모노클 등 잡지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꼽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련한 친환경 개발이다.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은 지속 성장의 장애물이며 종국에는 자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공론화된 화두다. 따라서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마을 어르신들의 행동은 상을 받지는 못할망정 결코 벌 받을 행동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자기방어 행위를 한 마을 어르신에 대해 법적 고소로 대응하는 D화학의 처사는 괘씸하기 짝이 없다. 산단 조성을 위해 주민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동의를 구할 주민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납득하지 못할 행동의 숨은 이유는 따로 있는가. 고소를 통해서 산단 조성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어물쩍 업무설명회를 개최하려는 꼼수라는 것이 산단조성 반대 대책위의 주장이다. 역시 눈가리고 아웅인 것 같다.
 
<김해뉴스>에 대해서도 고소가 이어졌다. 명예훼손이다. 정론직필의 언론을 소중히 여겨야 할 식자층의 이런 대응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언론의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언론중재위 등에 정정보도 청구를 하면 된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받은 후 다음 절차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럼에도 소송부터 제기함으로써 비판적인 언론의 입을 막기 위한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비판을 자초하였다. 행여 소송제기를 비판적 언론의 입을 막는 수단으로 삼을 요량이라면 삼척동자도 속지 않을 눈 가리고 아웅이다.
 
창원대 서유석 교수는 살기 좋은 도시의 필수 조건으로 시민의식을 꼽고 있다. 환경이나 주거조건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성숙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도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 식의 얄팍한 속임수가 판친다면 좋은 도시가 될 수 없다. 눈가리고 아웅해서 시민을 속일 수 있다는 의식이 있는 한 '좋은 도시'는 먼나라 이야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눈가리고 아웅, 제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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