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행동이 미심쩍을 때 사람들은 보통 냄새가 수상하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또 고향이 시골인 사람은 TV를 볼 때 화면에 시골 풍경이 나오면 고향의 향취를 느낀다는 표현도 자주 한다. 보는 것은 행동과 화면일 뿐인데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여러 종류의 사물이나 생물을 보고 느끼는 것이 단순히 시각적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적 감각도 강하게 간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체의 구조를 보더라도 머리가 몸보다 앞쪽에 있고 얼굴의 제일 앞쪽에 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코를 통하여 얻는 정보가 매우 중요하고 시급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되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시각이나 청각을 통하여 알 수 있지만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도 코의 감각을 통하여 얻는 정보가 거듭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진화를 통하여 코의 감각이 점차 무디어져 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코로 얻는 정보도 상대를 파악하는 긴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차가운지 따뜻한지, 바람이 강한지 약한지, 좋은 냄새인지 아닌지 등을 코의 호흡을 통하여 알 수 있으니 상(相)을 본다는 것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것이다. 코로써도 상대방이 가진 기운을 파악할 수 있는데 몸의 향취를 챙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 대놓고 코를 킁킁거리며 상대방의 몸 냄새를 맡을 수는 없으니 그냥 그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서 코에 맡아지는 정도를 챙기면 되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서 나는 체취도 각 부위마다 차이가 나는데 머리에서 나는 냄새, 호흡을 할 때 나는 냄새, 입 냄새, 겨드랑이 냄새, 땀 냄새, 발 냄새 등 각 부위마다 차이가 난다. 각 부위가 가진 특성 때문에 나는 공통의 냄새가 있는데 묘한 점은 사람마다 좀 다르다는 것이다. 기억을 한 번 더듬어 보시라. 젖먹이 아가의 발 냄새를 맡아본 사람은 알지만 성인의 발 냄새와 크게 다름을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뽀송뽀송한 발의 촉감도 다르지만 발 냄새도 향긋함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운이 따라다니는 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맡기 좋은 향기가 나면 사람은 누구나 호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향취(香臭)의 반대말은 악취(惡臭)인데 향과 대치되는 단어가 '악(惡)'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악의 대치어는 일반적으로 '착할 선(善)'이나 '좋아할 호(好)'가 된다. 그런데 향의 반의어로도 쓰인다는 것은 좋은 향취가 가지는 의미가 좋다는 뜻이 되겠다. 물론 악취의 의미는 거듭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양과 빛이 아름다워도 향기 없는 꽃이면 가치가 없듯이, 말을 아무리 잘해도 실천이 없으면 죽은 말이라는 <법구경>의 구절에서도 모양보다 향기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것이다.
 
후각이 예민한 동물인 개의 경우 사람과 냄새를 가려내는 능력의 차이가 약 일백만 배라고 밝혀졌으니 시각의 부족함을 코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의 후각 능력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후각도 매우 예민한 편이어서 일반적인 사람은 일만 가지 냄새를 가려 낼 수 있다고 하니 후각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 지를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사람마다 체질적인 차이로 인하여 같은 냄새에 대한 호불호의 차이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향취와 악취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비슷하니 체취를 통한 좋고 나쁨도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몸에는 상서(祥瑞)로운 기운이 머물고, 좋은 체취가 나는 법이니 체취를 위해서라도 술, 담배 줄이시고 건강한 생활을 하시길 바란다.





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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