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외래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비정상 질 출혈'이다.
 
몇 년 전 당시 26살이던 김진아(가명)라는 젊은 여성이 약혼자와 성관계 후 생긴 출혈로 급히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자궁경부암이 의심돼 원추절제생검술을 권유했으나, '얼마 못 살 것 아니냐'며 검사를 거부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한 달 뒤 약혼자와 다시 병원을 찾아온 김 씨는 검사를 받고, 다행히 생검만으로 완치돼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있다.
 
이럴 경우 출산도 가능하고 부부관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 임신 중반기에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또 65세 할머니 한 분은 질에서 출혈과 심한 악취가 났지만 부끄러워 숨기고 살다가 질에서 변이 새어 나와 병원을 찾았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통증 조절 및 보조적인 요법 외에는 특별히 처방해드릴 방법이 없었다. 그 할머니는 말년을 종교에 의지하며 힘들고 쓸쓸하게 보내다가 돌아가셨다. 그 고통에 대해 현대의학보다 종교의 힘이 더 큰 위안이 되었다는 사실을 놓고 무엇이라 형언할 말이 없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암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고 예후도 아주 좋다. 하지만 발견이 늦어지면 서서히 진행하면서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가는 병이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의 15%에서 발병하는 등 여성암 가운데 2번째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상피내암까지 포함하면 여성암 중 가장 중요한 암이다. 국내에서도 연간 약 4천300여명이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원인은 자궁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며, 15~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HPV(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성기암 등을 일으키며, 50세까지 여성의 최소 80%가 감염된다. 치료는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병기가 진행될수록 항암제 치료 및 방사선요법을 필요로 하고 3기 이후에는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성생활과 정기적인 검진은 물론,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통해 예방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궁경부암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예방을 통해 병에서 완전히 해방되길 희망해 본다.
 
자궁입구는 건강할 때 빨갛고 잘 익은 예쁜 사과처럼 보인다고 한다. 오래도록 건강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몸에 대해 약간이라도 관심을 갖는 한편, 밝고 건전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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