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공예협회 장용호 회장이 '선궁'에서 오리떡갈비를 맛보고 있다.
기름기 뺀 육질 폭신폭신 야들야들
경북 상주 쌀로 지은 밥은 찹쌀밥 버금
직접 담은 된장·간장·젓갈로 밑반찬
"항상 느끼는 건데, 집밥 같은 맛이죠"

서각인 최홍주 씨 부인과 아들 부부
'갤러리 선' 옆에 운영해 맛·예술 한번에


"맛있는 식사 한 번 같이 합시다." 김해공예협회 장용호 회장은 삼방동 영운마을의 '선궁'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작업실 '학고재'가 영운마을에 있을 때, 매일같이 드나들던 집이에요."
 
선궁은 김해의 서각인 최홍주 씨의 부인 윤금순 씨가 운영하는 떡갈비·유황오리 전문 식당이다. 선궁 옆에는 최 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선'이 있다. 그래서 선궁은 밥 한 끼를 맛있게 먹고 난 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 나 있다. 또한 김해의 공예인들과 화가들이 교류 장소로 애용하는 맛집이기도 하다. "밥도 먹고, 최 선생님 공방에서 차 마시면서 작품이야기도 하지요."
 
선궁은 정 회장뿐만 아니라 김해 예술인들에게는 사랑방이나 다름없는 장소이다.

"원래 선궁의 떡갈비가 유명해서 맛집으로도 소개가 많이 됐죠." 장 회장이 미리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선궁 입구에는 몇 해 전 부산일보의 맛 면에 소개된 기사를 프린트한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선궁 안에는 최홍주 씨와 제자들, 김해 서각인들의 서각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식사하러 오는 인원수에 맞춰 들어갈 수 있도록 방들이 배치돼 있었는데, 실내 분위기가 단정하고 깨끗했다.
 
선궁은 2008년 1월 15일에 문을 열었다. 고기를 주 재료로 하는 요리는 아들 최규웅 씨가, 반찬은 윤금순 씨가, 서빙은 며느리 고성진 씨가 맡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이 식당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음식솜씨가 원래 좋았던 아내가 성당에서 결식아동 도시락 봉사를 10년 정도 하는 동안 솜씨가 더 늘었기에, 모자가 힘을 합쳐 식당을 해보자면서 문을 열었지요." 최홍주 씨가 개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선궁은 소고기·돼지고기 떡갈비로 유명했는데, 아들 최규웅 씨가 1년 정도 연구한 끝에 오리떡갈비를 내놓았다. 기름이 많이 나오는 오리고기로 떡갈비를 만드는 비결을 찾아내는 데 1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돼기고기를 섞어보기도 했는데, 연구 끝에 100% 오리떡갈비를 만들어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오리떡갈비는 주방에서 숯불로 구워 기름을 쫙 뺀 후 내온다.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전용 팬 아래에는 워머가 있다. 워머의 열기로 조금 더 익힌 뒤 커다란 떡갈비를 가위로 몇 조각 먹기 좋을 정도로 잘랐다. 젓가락을 대어보니 부드럽게 찢어졌다. 상추 한 장을 펼치고, 밥 한 술 뜨고, 오리떡갈비를 얹어, 크게 한 입 쌈 싸먹던 장 회장이 "고기가 부드럽다"고 감탄했다. 장 회장은 "소고기 맛이 난다. 맛있다"고 말했다.
 
최홍주 씨도 "손님들도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100% 오리고기 맞다. 제대로 맛을 내느라 아들이 연구 많이 했다"며 웃었다. 오리떡갈비는 폭신폭신, 야들야들,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장 회장은 "사실, 선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밥이다. 이 밥 먹으려고 매일 왔었다"며 기자에게 밥만 한 숟가락 먹어 보라고 권했다. 밥은 찹쌀 한 톨 섞이지 않았는데도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한 숟갈 먹어보니 밥만 먹어도 든든하겠다 싶었다. 최홍주 씨는 경북 상주의 처가에서 쌀을 가져온다고 했다. "상주는 삼백의 고장이에요. 곶감을 말릴 때 절로 나는 분, 누에, 그리고 흰쌀을 일러 삼백이라고 하죠. 이 쌀에서는 한약 내가 납니다. 나락이 익을 때 가 봤더니, 바람결에 나락이 흔들리는데 정말 한약 내가 나더군요. 밥도 맛있구요."
 
곁들여 나온 된장찌개 역시 짜지 않고 부드러운 것이 약간 단맛도 느껴졌다. 김치는 매일 담가 싱싱한 새 김치 맛을 제공한다고 했다.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조미료를 쓰지 않아 담백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된장, 간장, 젓갈 등은 모두 윤 씨가 직접 만든다고 했다. 장 회장은 "선궁의 음식은 집밥"이라고 말했다.
 
선궁 뒤편에는 각종 채소들을 기르는 밭이 있는데 제법 넓었다. "배추, 무, 고추 등 기본적인 채소는 여기에서 다 나와요. 여름에는 채소를 살 일이 없지요. 겨울에나 어쩔 수 없이 조금 살까." 최홍주 씨를 따라 둘러본 밭 아래에는 닭 우리도, 장독대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묵직한 무청 줄기를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실해 보이는 무청줄기를 말려 만든 시래기를 넣은 된장찌개, 그 맛이 연상되어 군침이 돌았다.


▶선궁/삼방동 1197(055-338-0903). 가야컨트리클럽 골프장 맞은편 신어산 계곡 아래 영운마을이 있다. 마을 입구의 음식점들을 지나 안내간판의 지시대로 산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온다. ▷숯불오리떡갈비·된장·밥 1만 원 ▷숯불돼지떡갈비·된장·밥 8천 원 ▷유황오리 모듬세트(훈제구이·생고기·양념불고기) 4만 원 ▷유황오리궁중백숙(한 마리) 4만 원 ▷궁중닭백숙(한 마리)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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