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탐조활동 프로그램 운영
야생성 강해 논에 먹이 뿌린 뒤
망원경으로 멀리서 관찰해야

연말까지 독수리·몽골 사진전 병행
오는 21일엔 야생동물 복원 강연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겨울 하늘에 까만 점 같은 게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새다. 순식간에 30마리가 넘는 새가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날아다닌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1m, 날개를 펼쳤을 때는 길이가 3m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몸길이와 10㎏에 이르는 몸무게를 자랑하는 독수리들이다. "와아~." 독수리를 처음 본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손에 쥔 망원경으로 독수리를 관찰하기에 정신이 없다.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이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독수리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추운 겨울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갈 곳이 없다면 망설이지 말고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으로 향하자.


■ 몽골 강추위 피해 김해로
독수리는 포식자에게 희생되거나 자연사한 야생동물의 사체를 먹고 산다. 겨울이면 영하 40도에 이르는 몽골을 떠나 경상남도 김해, 고성 일대를 찾는다. 김해에 나타나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였다, 주로 생림·주촌·진례면 등 축사가 많은 지역에서 독수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체계화되어버린 도축 시스템 탓에 버려진 동물 사체를 찾지 못한 독수리들은 탈진해 죽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초 탈진한 독수리 한 마리가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에서 발견됐다. 독수리의 몸무게는 5㎏. 보통 독수리 몸무게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김해시 문화재과 생태공원 관계자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끝에 독수리는 겨울을 무사히 보낸 뒤 드넓은 몽골 초원으로 돌아갔다. 이후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에서는 김해를 찾아오는 독수리들을 살리기 위해 도축 후 남은 돼지, 소 등의 부산물을 먹이로 주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경우 김해를 찾은 독수리는 모두 120마리. 올해는 지난 10월 말 20마리를 시작으로 매주 10마리씩 독수리 수가 늘더니, 이달에는 약 100마리로 증가했다. 생태공원 관계자는 내년까지 약 200마리의 독수리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먹이 주고 망원경으로 관찰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은 독수리의 겨울나기를 돕고자 내년 3월까지 '독수리 먹이주기 및 겨울철새 탐조'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수·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참가비 5천 원은 전액 독수리 먹이주기 비용으로 사용된다. 100대의 망원경이 준비돼 있어 연령에 맞춰 모든 체험객이 이용할 수 있다. 체험객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독수리와 철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 화포천습지생태공원에서 독수리에게 먹이를 나눠준 어린이와 가족들이 망원경으로 독수리를 관찰하고 있다.
흔히 동물원에서 하는 먹이주기 체험을 상상했다면 기대를 접어야 한다. 김해를 찾는 독수리는 사람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야생독수리다. 사람이 있으면 먹이를 구하러 상공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독수리 먹이주기 프로그램은 체험객이 먹이를 인근 논에 뿌린 뒤, 건물 안이나 주변에서 망원경으로 독수리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화포천 습지생태학습관 곽승국 관장은 "유치원부터 60대 이상 어르신들 모두 처음 보는 야생독수리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양돈농가, 음식점 등의 협조가 부족해 독수리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돼지, 소고기 부산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바란다"고 당부했다.
 

■ 겨울철새 탐조 프로그램도 진행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에서는 이달 한 달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회를 진행환다. 독수리 먹이주기 체험을 마쳤다면, 습지생태학습관 3층을 찾아가보는 게 좋다. 오는 31일까지 '독수리의 고향을 찾다-몽골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곽 관장이 지난 5월 몽골을 방문해 전문가들과 함께 독수리, 겨울 철새 등을 직접 찍은 작품들이다.
 
겨울철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은 철새들의 낙원이다. 매년 겨울이면 30~40종 이상의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래서 겨울에는 생태공원 내 5만 평 규모의 논에 겨울철새 보호구역이 만들어진다. 생태공원은 독수리 외에 겨울철새 탐조, 기러기 먹이 주기 등 생태탐방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는 21일 오전 9시 30분에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팀의 김정진 팀장이 '우리나라의 멸종 야생동물과 복원'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6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참여 인원이 40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
퇴래리 381-5번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 당일은 휴관. 문의 055-342-9834. 홈페이지 hwapo.gimha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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