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려 정력 소모시켜
뼈도 약하게 해 잦은 잔병치레로 고생


중종은 두려움이 많았다. 그의 '두려움'과 기묘사화를 한의학적 관점에서 풀어본다.
 
연산군의 황음무도와 패륜으로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은 1506년 반정(反正)을 일으켜 신수근, 임사홍을 척살하고 연산군을 폐위시킨다. 연산군의 이복동생인 진성대군은 중종으로 추대된다. 중종의 부인 신 씨는 신수근의 딸이다. 반정공신들은 신 씨가 왕비 책봉 시 친정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나설 것을 우려해 출궁시킨다. 중종은 제 부인 하나 지키지 못했다. 중종의 유약과 두려움은 '국조기사'를 인용한 <연려실기술>에 잘 드러난다. 반정 당일 반정에 가담한 군사들이 자신을 호위하기 위해 살던 궁을 에워싸자 자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집을 포위한 군사들을 보고, 연산군이 자행한 무시무시한 고문들이 떠올랐을까? 강제로 이혼한 후 재혼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도 중종의 몫이 아니었다. 심지어 삼정승이 된 박원종 등이 퇴정할 때는 옥좌에서 일어났다가 문을 나선 걸 확인한 뒤에야 다시 돌아와 앉기도 했다.
 
중종의 유약함과는 달리, 홍문관 부수찬이었던 조광조는 원리원칙에 충실했으며 강직한 관료였다. 조광조의 확신과 배짱은 중종을 매혹시켰다. 허나 조광조는 반정 공신들에 대한 '위훈삭제'를 계기로 중종과 대립하게 되고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은 조광조의 목표가 중종 자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과 두려움을 부추겨, 공포심에 질린 중종으로 하여금 기묘사화를 단행하게 만든다.
 
두려움은 신장을 상하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공상신(恐傷腎)이라고 한다. 신장은 뼈를 주관하고 정(精)을 간직하는데, 지나친 공포는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려 유정(遺精·무의식적으로 정액이 체외배출되는 것)을 유발함으로써 정력을 소모시키고 뼈를 약하게 한다. 실록의 기록을 보면 중종은 잔병치레로 잦은 고생을 한다. 치통과 종기로 괴로워하고 배가 자주 아팠으며, 식욕이 없어 몸이 허약했다. 한의학에서 치아는 뼈의 일종으로 구분하는데, 선천지기인 신장의 기운이 약해지면 치통이 온다고 본다. 57세로 승하하지만 중종에게 두려움이 없었다면 조금 더 장수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지나친 두려움과 불안은 정신의학적으로는 불안장애의 한 유형인 공황장애로 빠지기 쉽다. 공황장애는 갑작스럽게 10분 이내의 절정에 이르는 공포와 불편감, 심계항진, 호흡곤란, 도한, 전율, 질식감 등 신체·인지적 증상 중에서 4가지 이상을 경험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한의계에서는 기존의 약물치료법과 함께 단전호흡과 명상을 이용해 몸의 긴장을 푸는 이완요법 등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부와 두려움은 비례관계에 있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잃을 게 없다면 인생이 그리 버겁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진다는 것은 상실의 두려움을 만들고, 그 두려움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금강경에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어떠한 것에도 얽매임이 없이 마음을 일으켜라)'이라는 구절이 있다. 소유로부터의 해방과 집착의 내려놓음이 궁극적으로 두려움을 끊어내는 참 쉽고도 어려운 답이 아닐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