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영심 회장이 '수손짜장'에서 환한 표정으로 짬뽕을 먹고 있다.
아동센터 학생들과 들렀다 인심에 단골
재료에 녹아든 소스와 쫄깃 면발 "최고"
얼큰 짬뽕·푸짐 탕수육 "일단 드셔봐요"


"짜장면 좋아하세요? 근처에 아주 맛있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시죠."
 
맛집을 알려 달랬더니, 김해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영심 회장은 짜장면을 좋아하는지부터 묻는다. 그가 운영하는 씨앗행복한홈스쿨 지역아동센터 학생들과 자주 찾는 '수(秀)손짜장'이다. 가장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 오전 11시 30분에 일찌감치 찾아갔지만 식당 테이블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에서는 음식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주방 입구에는 '면은 때릴수록 맛이 난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이 회장이 "이 식당은 짜장면, 짬뽕, 탕수육 다 맛있다"며 음식을 주문한다. 수손짜장은 맛 때문에 이미 삼방동, 어방동 일대에서는 유명하다고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이 회장은 수손짜장 집과의 인연을 설명한다. 처음 이곳을 방문한 건 약 4년 전. 아동센터 학생들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렀다고 한다. 학생들이 우르르 음식점에 들어가자, 식당 주인 노윤이(49) 씨가 어디 학생들이냐고 물었다. 지역 아동센터 학생이라고 하자, 노 씨는 이후 학생들이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음식 값을 깎아주고 있다.
 
이 회장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는 그는 대학시절 유아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 씨앗교회에서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다 2005년 기아대책의 지원을 받아 씨앗행복한홈스쿨 지역아동센터를 열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찾는 지역아동센터인만큼 처음에는 각종 사건 사고도 잦았다며 이 회장은 지난날을 회상한다.
 
지역아동센터를 열던 첫날, 그가 제일 처음 한 일은 주변 이웃에게 머리숙여 사과하는 일이었다. 처음 지역아동센터를 찾아온 어린이 7명은 삼방동 지역에서는 유명한 악동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초등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상을 향한 분노가 마음 속에 가득 차 있었다. 대나무에 커터 칼을 꽃은 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남의 차를 긁는가 하면, 보이는 쓰레기통마다 다 엎고 다녔다. 이웃들이 학생의 부모에게 항의했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무관심했다. 그러자 이웃의 불만이 이 회장을 향해 터져나온 것이다.

"걔들 때문에 참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내가 왜 사과를 하고 다녀야 하나 싶었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 지만, 그들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내칠 수도 없었어요."
 

그의 옛 이야기를 듣던 중 원탁 테이블 위로 주문한 음식이 놓인다. 짜장면을 한입 먹자마자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답다는 생각이 든다. 소스에 녹아든 고기와 양파 등 각종 채소들이 쫄깃한 면발과 함께 감칠맛을 더했다. 탕수육은 생고기를 튀긴 것이라서 먹을 때 퍽퍽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탕수육 소스는 새콤달콤하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학생은 모두 29명. 이 중 대부분은 집에 돌아가도 혼자인 경우가 많다. 대개 학생들은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아동센터에 머물기도 한다. 이제 초반의 힘든 시기는 지나고,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에게 이 회장은 또 다른 '엄마'가 됐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한 학생은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이 회장을 찾아온다고 한다. "엄마는 어떻게 지내느냐"며 다른 지역으로 간 학생들은 안부 전화도 수시로 걸어온다. 이렇게 변화하게 된 것은 이 회장이 '엄마'를 자청한 덕분이었다. 그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인연을 맺은 학생 4명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고 있다. 주말이면 인제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일손을 덜어준다. 지역아동센터는 절대 혼자 운영할 수 없다. 주변의 사랑이 보태져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짜장면은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짜장면은 누구나 평소 즐겨 먹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 됐다. 이 회장은 지역아동센터도 짜장면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에요."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고 일어서려는 순간, 미처 맛을 못 본 짬뽕이 눈에 띄었다. 아쉬워하는 기자에게 이 회장은 "다음에 와서 짬뽕을 같이 먹자. 얼큰한 이 국물을 먹고 나면 근심이 다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손짜장/어방동 1062-10. 동김해나들목(IC) 사거리에서 인제대 방면~동서사거리서 우회전~성경1급자동차정비 맞은 편. 055-33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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