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작은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색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간 다락방에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예쁜 누나도 있다. 김병찬 기자 kbc@
2009년 6월 개관 … 장서 7800여권
아파트 재활용쓰레기 수익금 전액 후원
주부 운영위원 당번제로 일요일도 오픈
학생·학부모 재능기부 프로그램도 운영


"다락방에서 책 읽어주는 누나와 함께 보는 그림책, 얼마나 재미있다구요!"
 
우리작은도서관은 장유면 삼문리 583-3 부영e그린 1차아파트 복리동 2층에 있다. 건물 입구에서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예쁜 벽화가 있었다. 이를 구경하느라 계단을 오르는 줄도 모르는 사이 도서관에 도착했다.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 계단까지도 아기자기하게 꾸민 마음이 느껴졌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찍은 사진이 도서관 문 옆에 장식돼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연신 "와아, 너무 예쁘다"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자 왼쪽에 계단이 있고, 그 끝에 조금 넓은 다락방이 있었다. 도서관은 경치 좋은 산중턱에 지어진 산장처럼 예쁘고 포근했다. 책상과 의자도 아이들이 편하게 앉거나 기대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치돼 있었다. 다락방에서는 박혜연(삼문고) 학생이 개구쟁이 꼬마들을 앉혀놓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우리작은도서관은 2009년 6월 30일 개관했다. 장서는 7천800여 권이다. 부영e그린 1·2차아파트의 어린이들이 도서관의 주 이용자들이다. 주변에 대청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4곳 있다. 방학 때면 이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이 줄을 이어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기자도 바쁜 오후를 피해 오전에 일찌감치 도서관을 찾았다.
 

▲ 우리작은도서관의 강오선 관장(오른쪽)과 배정희 사서.
강오선(43) 관장은 2대째 도서관 운영을 총괄하는 큰 일을 맡고 있다. 도서관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가 1년 반 쯤 전부터 관장 직을 맡았다. "지난해 연말 김동근 시의원의 지원으로 600여 권의 신간도서를 구입했습니다. 새책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났는지, 최근 김해시 책두레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더 늘어났어요." 강 관장의 귀띔이다. 방학 때는 중·고등학생들이 청소 봉사를 한다고 강 관장은 말했다. 주민들의 기부재능으로 한자 수업, 그림책 읽어주기, 영어회화 수업도 이루어진다.
 
강 관장은 도서관의 설립부터 운영까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 판매 수익금 전부를 도서관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정말 복 받은 도서관이죠. 그 혜택은 모두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받고 있습니다.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운영위원을 맡은 어머니들의 노력도 크다. 어머니들은 '책두레'라는 독서 토론 모임을 따로 꾸려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명씩 당번을 서면서 일요일에도 오후 1~5시에 도서관 문을 연다. 김해에서 일요일에도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은 이곳 뿐이다. 일요일에만 오는 가족들도 있다고 한다. 책두레 어머니들은 대청초등에서 독서지도사 과정 교육을 받고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독서 토론 모임을 결성해 우리작은도서관에서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토론 모임을 하고 있다. 모임을 한 지 어느새 일 년이 넘었다.
 
우리작은도서관에서는 교사 출신인 이기한 씨가 중등 영어·성인 영어 회화를, 조영아 씨가 어린이 한자 성어를, 구원미 씨가 영유아 영어 수업을 맡고 있다. 주민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작은도서관의 재능 기부 공고가 붙으면 아파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덕분이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봄에는 산행을 하면서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기도 하고, 여름방학 중에는 '도서관에서 자기'라는 프로그램도 한다. "또래 친구를 사귀고 전통놀이를 하면서 시낭송도 하고 책 찾기도 하죠.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에요." 강 관장의 자랑이다. "작은도서관 관장 직이 무보수봉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고생한다'고 말해줄 때 너무 고마워요. 프로그램 짜기가 힘들어도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호응이 좋으면 힘든 건 모두 잊혀지고 보람을 느끼죠."
 
배정희(33) 사서는 2년 정도 일하는 동안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과 친숙해졌다. "어머니들이 '우리 아이 책 잘 읽고 있나요'라며 도서관으로 전화도 하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오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책도 빌려갑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오는 아이, 말 한마디 없이 책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면 제 마음도 흐뭇해요."
 
다락방에서 그림책 읽어주기를 마치고 내려오는 박혜연 학생은 "지난 여름방학 때도 봉사를 했다. 겨울방학 때 공지가 붙은 것을 보고 바로 봉사 신청을 했다"며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재미있게 함께 본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함께 책을 읽었던 개구쟁이들이 박혜연 학생에게 손을 흔들었다. "누나 안녕~."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누나인 줄 알 정도다.


▶우리작은도서관/장유면 삼문리 583-3 부영e그린 1차아파트 복리동 2층 △후원 문의/055-312-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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