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계획 등 서류 한 박스 분량 준비
지원금 7000만원 받아 2008년 말 개관
서울대도서관 근무 안인배 씨 관장 위촉
문헌정보학과 출신 최성림 사서 영입
"시에서 작은도서관 지원 더 해야"
책고래작은도서관은 장유 신문동 e편한세상아파트 관리동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0시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한 두명 씩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겨울방학 특강인 북아트 수업을 들으러 오는 어린이들이었다. 백지숙 강사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자녀를 데려다 주기 위해 온 어머니 몇 명은 도서관 한 쪽 책상에서 책을 읽으며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 사이에 또 어머니 몇 명이 더 와서 책상 하나에 둘러앉아 일본어 공부를 했다. 북아트 수업에 이어 진행되는 일본어 회화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책고래도서관이 지역의 단위도서관이며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 관장은 작은도서관에서는 관장보다 사서가 하는 일이 더 많고 중요하다며 최성림(38) 사서를 특별히 소개했다. 그는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전문가이다. 두 사람은 "책고래작은도서관은 관장도 사서도 모두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관장과 최 사서는 그러면서 "사실 소개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도서관 개설 당시 신문리 이장이었던 박정희 통장이었다. 그는 도서관 개관을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최 사서의 전화 한 통에 박 통장이 도서관으로 달려왔다. 개관 준비 때나 지금이나 박 통장에게 도서관 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2007년 3월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인근 푸르지오 1차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생기는 걸 봤는데 부러웠어요." 당시 e편한세상은 막 입주를 시작했던 참이라 입주자대표회의가 생기기도 전이었다고 한다. 박 통장은 e편한세상 본사로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전화도 하고, 당시에 활동을 하고 있던 김해의 작은도서관들과 학교도서관도 찾아다녔다. 또 부산 화명동의 맨발동무도서관과 감천2동의 산동네공부방 등 작은도서관이 잘 되고 있다는 곳은 거의 다 찾아다녔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박 통장이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파트 부근에 작은도서관이 없었어요. 혹시 다른 곳에 먼저 작은도서관이 생길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작은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운영 계획, 이런 저런 준비 서류를 라면 상자로 한 상자 분량이나 준비했죠."
박 씨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작은도서관 지원 설립 프로그램 응모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공고가 난 뒤 접수를 하면 혹시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떨어질까봐 초조했죠. 당시 김해시, 장유면사무소의 공무원들이 저 때문에 많이 피곤했을 겁니다. 틈나는 대로 찾아가서 '미리 공고를 알 수 없겠느냐, 공고일자가 나면 즉시 알려 달라, 다른 작은도서관 심사 서류를 참고로 보여달라'며 계속 찾아다녔으니까요."
그러는 동안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사무실 공간을 작은도서관에 양보했다. 박 통장은 그 일에 대해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책고래작은도서관은 마침내 국립중앙도서관의 작은도서관 지원 프로그램 공모에 당선됐다. 그 덕분에 7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도서관을 세울 수 있었다. 박 통장은 관장을 맡지 않았다. 도서관 운영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관장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안 박 통장의 마음에 자리 잡은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만들기만 하고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다른 지역에 내주는 것이 옳다, 우리 동네에 꼭 작은도서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은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확인이었다. 박 통장은 "책고래작은도서관은 그렇게 만들어졌다"며 웃었다. 박 씨의 말을 들으면서 '김해의 작은도서관 탐방' 시리즈가 끝났을 때 작은도서관 운영 활성화에 대한 주제로 박 씨를 한 번 더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관장은 작은도서관의 안정적인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 시의 지원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에서는 사서의 인건비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관장은 무보수 봉사직이다. 김해의 작은도서관 중 많은 곳이 일 년에 한 번씩 관장이 교체되는 실정이다. 힘들기 때문이다. 관장이 이렇게 자주 바뀌면 도서관 운영 역시 힘들다. 관장의 활동비 정도는 지원이 돼야 도서관의 기본 역할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책고래작은도서관 위치/장유동 장유로 334번길 76 장유 e편한세상아파트 관리동 3층. 후원 문의/055-314-5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