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고사를 하나 보겠습니다. <전국책(戰國策)>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초(楚)나라에 강을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소해휼이란 신하가 나쁜 짓을 일삼는 걸 몹시 싫어했습니다. 강을은 그 사실을 왕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왕에게 "아랫사람들이 작당을 하면 윗사람이 위험해지고, 아랫사람들이 서로 다투면 윗사람이 편안해진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랫사람들끼리 허물을 들춰내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왕에게 해로운 게 아니란 뜻이었습니다.
 
강을은 그러면서 왕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왕이 대답했습니다. "그런 사람은 군자일 테니 가까이 해야겠지요." 강을이 다시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왕이 대답했습니다. "그런 사람은 소인배일 테니 멀리해야겠지요." 그러자 강을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왕께서는 끝내 모르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장점만 듣게 되고 다른 사람의 단점은 들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2.
<김해뉴스>는 지난해 연말에 제1회 '김해시 초·중·고 학교신문 만들기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저는 시상식때 신문 기사는 흘러가는 말이 아니라 활자로 기록되는 것이라서 표현이 정확해야 한다, 기사는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레이아웃(글이나 그림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배치하는 일)은 미적 감각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기사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정직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불편한 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3.
오늘자 <김해뉴스> 17면 독자위원회 좌담 기사를 보면, "<김해뉴스>가 어두운 소식만 전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답답하다"는 한 위원의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대사를 접한 뒤 언론과 독자(혹은 시청자)의 관계에 대한 경구를 하나 기억해 냈습니다. 독자는 안락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파라오(고대 이집트의 절대 권력자)와 같다, 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여기서의 파라오는, 전령이 패전 소식을 가져왔을 경우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전령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경구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독자의 이중적인 심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4.
<김해뉴스>는 그동안 김해에서 벌어진 부조리와 불합리를 주저 없이 드러내 왔습니다. 특히 시민들이 뽑은 공직자들이 감히 시민들을 기만하거나 부당하게 사리사욕을 취했을 때는 정면으로 그 사실을 고발했고 비판했습니다.
 
언론의 이런 태도를 잘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은, 더러 불편한 감정을 전달해 오기도 했습니다만, <김해뉴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부디 앞에서 소개한 고사처럼 언론과 권력 혹은 금력이 '작당'을 한 탓에, 김해가 구제불능 상태로 전락하는 일을 더 불편해 하고 두려워 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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