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다가왔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소사장들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직원들에게 명절 상여금을 제대로 챙겨줄 형편이 아니라서다. 내가 몸담은 조선기자재 업계는 상여금은 둘째치고 기본급마저 밀린 곳이 허다하다.
 
나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집에 와서 TV를 켜니 체불 임금 보도가 나왔다. 예년의 내용을 재탕하고서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느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무성의하게 끝내고 있었다.
 
임금 체불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언론이 제대로 앞장서고 여론이 바뀌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영세업체에서 임금 체불이 일어나는 이유는 한마디로 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의 임금 체계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같은 원청업체가 1차 협력업체에 돈을 주고, 1차 협력업체는 2차 협력업체에게 그 돈의 일부를 주는 식으로 계속 아래로 내려간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협력업체는 가장 적은 돈을 받는다. 이마저 제때 받지 못하므로 체불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체불을 줄이려면 원청업체가 가장 밑바닥 협력업체에 현장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주면 된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번거로우므로 자진해서 하지는 않을 것이고, 입법을 통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서울과 몇몇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관급공사에서 이미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해왔고, 앞으로는 민간공사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다음으로 체불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한계에 부딪힌 영세기업에 출구전략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정 산업이 침체하면 신규 진입자는 빨리 줄어들지, 오래 종사한 사람들은 다른 재주가 없어서 일을 계속한다. 이들의 업종전환을 도와주면 체불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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