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는 '초등학교' 대신 '국민학교'란 단어를 쓰겠습니다. 저는 '국민학교' 세대여서 '국민학교'라고 했을 때라야, 비로소 일곱 살에서 열두 살 사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각설.
 
저는 김해 봉황국민학교를 나왔습니다. 최근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봉황국민학교 동창 밴드가 생겼습니다. 친구들은 근황을 전하기도 하고, 좋은 동영상이나 유익한 정보 같은 걸 소개하기도 합니다. 함께 행복해지길 희망하는 분위기가 많이 느껴집니다. 봉황대 아랫동네에 살다 서울로 간 김강영이도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그는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한 뒤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각자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가서 그것을 함께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명이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갔지?'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트(UBUNTU)'라고 외치며 이렇게 답을 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 질 수 있나요?' 우분트는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강영이가 전한 일화에 대해서 몇몇 친구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호응했습니다.

저는 댓글은 달지 않고 눈으로만 읽었지만, 옮고 그름에 대한 원래 사람들의 생각이란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불교 최초의 경전인 <숫타니파타>를 보면 '거룩한 스승'은 이렇게 말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재물과 먹을 것이 풍족한 사람이 그것을 혼자서만 독차지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 질 수 있나요?' 하는 말과 닮아 있지 않습니까?
 
불교에서는 또 제석천(帝釋天·불교의 수호신으로서 강력한 신들의 우두머리라는 뜻)이 사는 도리천(忉利天·불교적 우주관 속의 여러 하늘 중 하나)에 하늘을 뒤덮은 그물 즉, 인드라망(網)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그물의 매듭마다에는 구슬이 달려 있는데, 이 구슬들은 서로를 비추어서 모두를 빛나게 한다고 설파합니다.
 
이 말의 뜻은 인간과 자연을 비롯한 우주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소중한 존재이며, 서로에게 빛과 생명을 주는 구조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내가 있으니 네가 있고,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연기법(緣起法, 인과법)에 의한 것인데, '우분트'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는 듯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작고한 농사꾼 전우익 씨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에서 비슷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는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제 곧 설(31일)입니다. 타지에 사는 국민/초등초등학교 때 친구들이나, 가족들이나 친인척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 추억과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 하겠지요. 강영이는 '우분트'가 건배사로 제격이라는 말도 덧붙여 놓았는데, 내친 김에 좋은 사람들이 만난 좋은 자리에서 '우분트' 혹은 '혼자만 잘 살믄…무슨 재민겨' 하고 함께 외쳐보는 건 어떨까요?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지금 '승자독식' 사회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설 잘 쇠시고, 다들 부디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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