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검색 프로그램으로 혼자서도 척척
중·고 학생들이 동생들 멘토링 학습도

공간 배려·난방·홍보 등 운영 관련
아파트 관리소와 주민들 적극적 지원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우리 아파트의 작은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만들기 수업이 진행됩니다."
 
장유동 월산주공아파트 관리동 2층에 위치한 월산주공작은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주민 안내방송이 들렸다. 김해의 작은도서관이 대부분 아파트 단지 내에 있고 이번이 17번째 작은도서관 방문이지만 안내방송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관리사무소에서 도서관의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방송을 하다니…. 관리사무소의 세심한 배려와 아파트 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느껴졌다.
 

▲ 월산주공작은도서관에서 열린 만들기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의 밝은 모습.
도서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두 아이를 보았다. 컴퓨터로 뭘 하나 궁금해 살짝 등 뒤로 가서 엿보았다. 도서검색 프로그램으로 책을 찾고 있었다. 아이들은 책제목을 입력해 책이 있는지 없는지 검색하고 청구기호와 별치기호를 종이에 척척 적었다. 이어 종이를 들고 서가로 가서 책을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남매인 조수아(주석초 5학년)·재휘(2학년) 어린이는 그러고 나서도 도서 검색을 한동안 더 했다. 도서관에서 책 찾을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또랑또랑한 대답이 돌아왔다. "작은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우리는 계속 이렇게 찾았는 걸요. 직접 찾으니까 더 좋아요."
 
도서관 이용 교육이 형식에 그치는 학교나 공공도서관이 많다. 설사 교육을 받았다 해도 초등학생이 저렇게 잘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잠시 멍해졌다. 개가식 도서관에서 읽을 책이 어디 있는지 못 찾는 대학생들도 많은데 말이다.
 
조수아 어린이는 "도서관 바로 앞이 집이라서 자주 온다. 책 빌리기도 쉽다, 방학 때는 동생하고 매일 와서 책을 본다. 공부도 하고 숙제도 하고 도서관에서 하는 취미활동도 한다. 친구들도 새로 사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아가 늘어놓는 작은도서관의 자랑은 끝이 없다. 조재휘 어린이는 오후 1시부터 시작하는 만들기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들기 수업에 참가하려는 어린이들이 하나둘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신발장이 금세 가득 찼다.
 
도서관 한쪽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지승은(월산중 2학년)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이 도서관을 이용했다고 한다. 중학생이 된 지금은 도서관을 찾아오는 동생들에게 공부도 가르친다. 도서관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어린 동생들의 공부를 돌봐주는 '학습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강수현(주석초 4학년) 어린이는 "나만 보면서 가르쳐주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공부가 재미있다"며 일대일 멘토링 수업을 자랑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만으로도 취재 수첩이 몇 장은 넘어갔다. 월산주공작은도서관이 어린이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마음으로 와 닿았다.
 
▲ 월산주공작은도서관 정현두 관장.
이 도서관은 2006년 12월 29일 개관했다. 관리동에는 노인정, 관리사무소, 도서관이 함께 자리한다. 정현두(47) 관장은 "박희익 초대 관장이 시인이어서 도서관 첫돌을 튼튼히 놓았다. 처음에 박 관장이 자신의 책을 가져와 마을문고를 만들었던 것이 작은도서관의 씨앗이 됐다. 관리사무소에서 특별히 많은 배려를 해줘서 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을 위해 공간도 많이 양보했다. 도서관 학습실은 원래 관리소장실이었다. 도서관을 위해 자리를 내주었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겨울에는 아이들이 바닥에 앉을 수 있도록 난방도 해주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월 5만 원의 전기세만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황은주 관리소장은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다 알만큼 관심이 많다. 홍보, 방송 등 도서관 일은 관리소 직원들이 적극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검색 하는 아이들 이야기도 했다. 박지영(45) 사서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도서관 이용법을 가장 먼저 가르쳐준다. 이용법을 익힌 아이들은 대한민국 어느 도서관에 가더라도 책을 찾을 수 있다"며 웃었다. 부산여대 사서교육원 출신인 그는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사서를 맡아왔다. 그가 도서관을 가득 메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자라는 걸 지켜봐왔지요. 엄마 손을 잡고 와서 그림책을 보던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 동생들 공부를 봐주는 모습을 보면 참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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