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이 있는 방에서 도서관 서가 쪽을 바라본 장면. 사진 오른쪽 아래로 포근한 옹달샘이 보인다. 김병찬 기자 kbc@
쿠션으로 만든 옹달샘·그림책 모음 방
넓은 공간 실내 인테리어 등 아기자기

운영위원·입주민 재능기부 솔선수범
2010년 개관 이후 동네 사랑방 구실



"옹달샘이 있는 도서관에 아이들이 책 한 모금 마시러 옵니다."
 
리첼작은도서관은 장유동 세영리첼아파트 관리동 지하에 있다. 지하라는 말을 듣고 불빛으로만 밝힐 수 있는 도서관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도서관에 들어서니 햇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도서관 안쪽 벽면 전체가 통유리였다. 유리창 밖으로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살짝 보였다. 지하라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2층에 위치한 다른 도서관보다 훨씬 더 환했다.
 
도서관 안에는 그림책들만 모아놓은 작은 방이 있다. 방에는 작은 모임도 할 수 있도록 좌탁이 길게 놓여졌다. 방 앞에는 쿠션으로 만든 옹달샘이 하나 있다. 여러 명이 사이좋게 동그렇게 앉을 수도 있고, 혼자라면 옹달샘 안에 들어가 누워 책을 볼 수도 있겠다. 누가 이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간을 생각했을까. 옹달샘만 그대로 옮겨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영리첼아파트는 2009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젊은 부부들도 많이 들어왔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작은도서관을 만들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2010년 리첼작은도서관이 개관했다.
 

▲ 김선영 운영위원(왼쪽), 진현경 관장, 최민희 사서.
2013년 7월부터 관장을 맡고 있는 진현경(40) 관장은 "김해는 작은도서관 체제가 잘 되어 있다. 작은도서관에 감사하는 마음이 많았다. 잘 지켜나가고 싶어 관장직을 맡았다. 의무감도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에는 젊은세대부터 노인세대까지 입주자 층이 고루 살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사랑방이면서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고자 한다. 문화는 일상 생활의 활력소"라고 덧붙였다.
 
리첼작은도서관은 글자 그대로 작은도서관이지만 김해시통합도서관의 '책두레' 시스템과 도서관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멀리 있는 큰도서관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파트 주민들 중에도 작은도서관을 알뜰하게 이용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리첼작은도서관에서는 5명의 운영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선영(40) 운영위원은 "얼마 전에 열었던 요가 프로그램은 할머니, 어머니들에게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도서관 안에는 주민들이 작은 모임을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3개의 작은 공간도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그 공간을 다 꾸며주었다. 도서관 전체에 따뜻한 난방도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물론 진 관장도 입주자대표회의가 도서관에 큰 힘이 되어준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김 위원은 "5명의 운영위원과 관장까지 모이면 늘 작은도서관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의논한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도서관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영위원들의 바람은 작은도서관 운영 자금이 조금만 더 넉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해시에서 지역의 기초 도서관인 작은도서관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 위원은 도서관에서 재능 기부로 미술 강좌를 하고 있다. 진 관장은 "요즘 젊은 어머니들은 재능이 많다. 재능을 아껴두지 말고 작은도서관에서 발휘하라고 권하고 싶다"며 "재능 기부는 자신의 재능을 한 차원 높여주거나 다시 사회활동으로 이어져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최민희(37) 사서는 "미취학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놀러올 때도 있다. 요즘은 층간소음 때문에 아이들은 집에서도 제대로 놀지 못한다"면서 "큰 아이들이 책을 읽으러 오기 전까지 큰 소란이 일지 않는 한 도서관에서 놀 수 있도록 한다. 여기는 지하라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놀아도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놀다가 도서관이 익숙해지면 책을 펼쳐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사이에 도서관을 찾다보니 일정한 시간대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 덕정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윤빈 어린이가 도서관에 들어서면 '지금이 오후 3시 30분인가보다'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최 사서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을 보면 '저 아이의 엄마는 참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도 한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이곳을 '예쁜 추억의 장소'로 기억하길 바라면서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바르게 자라는 모습을 매일매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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