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인 월터 휘트먼은 '인간은 욕망의 존재'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인 깊은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인간의 욕구는 3가지를 기본적이라고 본다. 성욕·식욕·수면욕이 그것이다. 이전 칼럼에서 현대 한의학은 배설의학이라고 전술한 바 있는데,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성욕을 어떻게 풀이할 수 있을까.
 
명리학에서는 근묘화실(根苗花實)에 관한 논의가 나온다. 이러한 관점은 한의학에도 녹아 있다. 근묘화실이란 뿌리에서 싹이 트고 꽃이 펴서 열매를 맺은 후 다시 열매가 뿌리가 되어 한 사이클을 반복하는 식물의 생존 방식을 시간에 따라서 분석한 관점이다.
 
한의학은 이러한 시간을 사계절로 나누어 본다. 여름은 봄에 움이 튼 잎이 무성해지는 시기이다. 기운이 모두 잎에 몰려 있으므로 뿌리가 약하다고 본다. 사람도 이러한 하늘과 땅의 변화에 상응하는 존재이므로 여름에는 뿌리의 힘이 약하다고 본다. 따라서 더운 삼복더위에는 성생활을 삼가야 한다. <동의보감, 선현들의 양생격언>을 보면 '봄과 여름에 성행위를 삼가면 가을과 겨울에는 양기가 견고해진다'라고 한 것이 그러한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성생활이 너무 지나침을 경계하고 있지만 또한 성생활이 부족해도 병이 온다고 본다. <동의보감>에서는 과부·여승의 병이 일반 부인과 다른 이유를 그러한 관점에서 기술한다. 고인 물이 썩는 것과 같은 이치로 정액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병이 온다고 본다. 다만 욕망을 조절하여 정기를 쌓아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흔 전에 성생활이 지나치면 마흔이 지나서 갑자기 기력이 쇠약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중략) 사람이 예순이 되면 정액을 간직하고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라는 기술도 있다. 대나무에 꽃이 피면 대나무는 곧 시들어 죽는다. 60년에 한번 꽃을 피우는 것을 두고 개화병(開花病)이라고도 하는데, 성욕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행위는 어떠한 곳에서 하는 것이 좋을까. <동의보감, 양성금기>에 의하면 '일생동안 금해야 할 것은 밤에 불을 켠 채 성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반드시 불을 끄고,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성행위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성행위는 상당한 열량을 소모하는 행위이므로 정력제를 찾기 마련이다. 육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정력을 증진시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담담한 맛을 가진 음식물이라야 정을 잘 보할 수 있다. 오히려 오곡을 잘 섭취하는 것이 가장 정력에 좋은 길이라고 한다.
 
술에 취했거나 포식한 상태에서는 성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소녀경>에는 '술에 취하거나 포식한 상태에서 교접을 가져 얻은 자식은 반드시 정신병을 앓거나 악성 종기와 치질·부스럼 따위의 병에 걸린다'는 섬뜩한 문구가 적혀 있다. 현대의학적으로 보면 '악성종기·부스럼'이란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음주운전만큼이나 해로운 것이 음주 후 성행위임을 명심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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