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학년 교육과정 벗어난 내용
가르치거나 시험문제 출제 못하게 돼
"과도한 학습량·사교육비 문제 돌파구"
"오히려 과외 성행 부추겨 역효과 우려"


지난달 선행교육규제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라 오는 2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해당 학년의 교육 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문제로 출제할 경우 해당 학교와 교사는 징계를 받게 된다. 선행교육규제특별법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선행학습 규제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환영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일부 학부모·교사 등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더 음성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선행교육규제특별법은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2년 4월부터 선행학습금지법 제정 운동을 벌인 덕분에 만들어졌다. 각 학교의 무리한 선행학습이 큰 효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학교 교육의 정상적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선행학습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후에는 이를 적극 추진해 지난달 20일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선행교육규제특별법은 공교육 과정에서 선행교육 및 평가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교는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정규수업이나 방과후수업 때 가르칠 수 없게 된다. 중간·기말고사와 수행평가 등에서도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시험이나 평가를 하지 못하게 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입학시험에서는 입학 이전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할 수 없다. 학원이나 교습소 등 사교육시장에서는 선행교육을 광고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같은 대책이 정착되도록 만들기 위해 각 학교장은 선행교육 지도·감독 등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법률이 시행되는 오는 2학기부터 학교별로 선행학습 여부를 점검하고, 시험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내용을 출제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이를 어긴 학교나 교원, 학원 등에 대해서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인사 징계, 재정 지원 중단·삭감 등의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대학교의 경우 정원 감축과 학교 폐지, 학생 모집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선행교육규제특별법이 그동안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세우고 가계경제 부담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김해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현승 대표는 "이번 법안이 학원의 사교육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의 교육 과정이나 시험 때문에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개선할 수 있게 돼 효과를 거둘 것이다. 선행교육 탓에 황폐화됐던 공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고영남(법학과)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사교육시장을 규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실효성 여부는 의심스럽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행교육규제특별법 통과가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량을 고민해보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쪽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교육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사교육을 시행하는 학원·교습소 등을 규제해야 하지만 위헌 문제로 사교육업체의 광고만 금지할 뿐 선행교육 자체는 금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 금지를 어긴다고 해서 뚜렷한 처벌 방법이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이 모(43·삼계동) 씨는 "사교육업체의 규제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공공연하게 사교육업체는 선행교육을 할 것이다. 자칫하면 학원이 움츠려들고 오히려 과외가 성행하게 돼 사교육비만 불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선 학교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동면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당장 선행교육을 금지시킨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선행교육을 안하는 건 아니다. 이 같은 법률은 오히려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동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특별법의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학원 등 사교육업체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효과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시학원연합회 관계자는 "학교에서 혼란이 많아 보인다. 선행교육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학원 등 사교육업체는 학생들의 선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법안은 오히려 교육 수준을 획일화하고 하향 평준화시키는 일이다"고 말했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원 등 사교육업체는 선행교육이라는 문구로 광고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선행교육과 사교육업체의 규제와 관련해 아직 지도 점검표나 구체적 지침, 기준 등이 없다. 또한 선행교육을 어디까지 보느냐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하루빨리 지침이나 법령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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