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담을 영화 '수요일'의 배해성 감독(왼쪽)과 김영우 대표가 영화 제작 방침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 '나눔의 집' 갔다 영화 제작 결심
후원금 모아 만드는 '국민 제작 방식'
"할머니들의 아픈 이야기 담아내고파"


"위안부 할머니들이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국민 제작 참여 방식인 영화 '수요일'의 수익금을 모두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에게 헌정할 계획입니다."
 
지난 7일 김해문화원 강당에서 열린 영화 '수요일' 토크 콘서트 행사에 앞서 만난 영화사 가우자리의 김영우 대표와 배해성 감독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2005년 인터넷 신문사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던 김 대표는 함께 일하던 시민기자들과 함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토론하다 위안부 강제 동원 피해 할머니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찾았다. 이것이 영화 '수요일'을 제작하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나눔의집에 갔을 때 나눔의집 인근에서 산책하던 할머니들이 나를 보고 경계하는 모습을 봤다. 당시 나눔의집 사무국장이던 승연 스님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군으로부터 갖은 고초를 겪은데다가 광복 이후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 만난 남자들도 일본군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힘들게 고향에 돌아왔지만 할머니들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웠다는 이야기였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는 할머니들을 비난만 했지 위로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1990년대에는 위안부 피해자라고 등록했더니 자식들이 할머니를 외면했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승연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눈앞이 뿌옇게 변하고 가슴은 식초를 부은 듯 아려 운전을 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이런 기막히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답답해하고 아파할 게 아니라 국민들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한 게 영화 제작 동기라고 한다.
 
김 대표는 2011년 일본의 우경화가 심해지기 시작하자 생업에 치여 고스란히 서랍에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6월 배해성 감독이 뜻을 함께하면서 그는 힘을 얻었다.
 
배 감독은 "1997년 8월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 사진에 김복동 위안부 할머니의 얼굴과 함께 '니들은 우째 구경만 하노'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외로운 게 아니라 서러운 것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는 나라와 소녀를 뺏겼지만 가만히 있었다. 지금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군에게 당한 만행만 들춰낼뿐이다. 정작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빠져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 소녀였던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영화 제작 동참 이유를 밝혔다.
 
'수요일'은 국민들이 직접 내는 후원금으로 제작된다. 국민이 제작자가 되는 '국민 제작' 방식이다.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까. 김 대표는 기획 단계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주일대사를 지낸 라종일 한양대 국제학부 석좌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 영화 제작 방식은 잘못됐다. 수요자는 국민인데 스폰서의 입맛대로 영화가 제작된다'는 쓴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수요일'은 위안부 할머니 헌정영화다. 제작자, 투자자들과 투자 배분을 논의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민 제작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수익금은 국민 제작자의 이름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헌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국적으로 위안부 기념관, 소녀상 제작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수요일'은 영화 수익금을 할머니들에게 드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할머니들이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고 남은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영화가 국민 제작자와 할머니들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감독은 "'수요일'은 영화평론가들보다는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고 싶다. '수요일'이 오래도록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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