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과거의 박제물이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지금을 떠받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 모습으로 서 있게 한 최초의 발자국, 눈부신 기술의 원동력이 된 최초의 움직임, 까마득한 시간의 저편에서 현재로 전해져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이 본관 상설전시실을 리모델링하고 재개관한다. 국립김해박물관의 새로운 모습을 미리 살펴본다.

어린이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높이 맞춰
가야의 목걸이 유물대는 '월'로 고급화
벽면색상·조명 차별화로 이미지 강조
1년 공사 끝에 가야의 문화 새롭게 조명


■ '국립'김해박물관!
김해에는 '국립'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13개의 국립박물관이 있다.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 전주, 공주, 청주, 춘천, 광주, 부여, 진주, 대구, 제주, 나주 그리고 김해. 이들 13개 도시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란 의미일 것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1998년 7월 29일 개관했다. 가야의 문화유산을 집대성하기 위한 박물관이다. 가야의 건국설화를 간직한 구지봉 기슭, 해반천 가에 자리 잡았다. 신라, 고구려, 백제에 비해 역사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가야는 유물 유적의 발굴에 의해 가야사를 복원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국립김해박물관은 고고학 중심 박물관으로 특성화돼 있다. 현재 8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 중인데,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박물관의 대지면적은 5만 3천266㎡에 이른다. 본관의 연면적은 9천639㎡로 지하 1층, 지상 3층이다. 상설전시실, 수장고, 강당 및 교육실, 사무실이 있다. 주차장에는 대·소형 차 150대 이상이 주차할 수 있다. 교육관(가야누리)의 연면적은 6천968㎡로 지하 2층. 지상 3층이다. 영상체험실, 체험학습실, 보존처리실, 기획전시실, 열린전시실이 있다.

▲ 개관 15년 만에 리모델링을 거친 뒤 오는 4월 1일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김해박물관 상설전시실. 박나래 skfoqkr@

■ 상설전시실 리모델링
상설전시실의 리모델링 작업은 외관은 그대로 둔 채 전시실 내부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013년 4월 1일부터 상설전시실을 일시 패쇄하고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주요 진열시설과 유물은 가야누리관과 수장고로 옮겼다. 모든 과정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유물을 쌌다가 풀고, 다시 싸고 풀고… 그 작업은 아주 조심스럽고 힘들어요."

■ 벽면 색상과 LED조명
전시실 벽면의 색상은 가야역사를 반영했다. 1층은 국제 해상국가였던 가야의 바다를 감안해 다크블루를, 2층은 철의 왕국이었던 가야의 철기문화를 반영해 레드브라운을 썼다. 고급스럽고 강한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다.
 
상설전시실의 조명은 이번에 LED조명으로 교체했다. 박물관 전시실의 조명은 단순히 불을 밝히기 위한 게 아니다. 전시 유물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김현희 학예연구사는 "유물의 종류에 따라 조명의 색상과 온도를 다르게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시대 상감청자의 조명과 가야토기의 조명이 다르다는 얘기다. 박물관 사람들은 유물의 특징이 잘 드러나 보일 때까지 조명을 수 십 번도 더 바꿔가며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진열대 안을 비추는 조명이 있고, 각 유물의 부분을 비추는 포인트 조명이 따로 있다. 조명뿐만 아니라 전시실의 천장과 벽면 색상도 유물을 돋보이게 한다. 이렇게 전시실의 모든 시설은 관람객이 유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눈높이에 맞춰 낮아진 유물진열대
재개관하는 상설전시실의 유물진열대가 낮아졌다. 리모델링 전의 진열대는 어린이들이 유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높이였다. 어른의 품에 안겨서야 제대로 유물을 볼 수 있었는데, 바뀐 진열대는 어린이들이 서서 유물을 다 볼 수 있을 만큼 낮아졌다. 어른들을 위해서는 진열대 벽면에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들어있는 월(wall)을 설치했다. 우리나라에서 박물관 진열대를 만들 수 있는 전문회사가 4~5곳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알아두자. 박물관 내부 인테리어나 조명도 마찬가지이다.

■ 눈에 띄는 가야 목걸이 유물진열대
가야의 목걸이 유물 진열대가 유독 눈에 띈다. 이전까지는 진열대 바닥에 놓여 있었지만, 새로 전시되는 목걸이는 월 진열대에 걸려 있다. 고급스럽다. 가격표만 붙여두면 값비싼 귀금속 매장의 귀금속이라고 해도 믿겠다. 목걸이 유물이 전시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발굴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목걸이는 원형 그대로 출토되는 경우가 드물다. 목걸이를 이루는 구슬은 흩어져 있기 일쑤이다. 발굴 도중에 목걸이 구슬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근처의 흙을 모두 수습한다. 몇 양동이나 되는 흙은 수십 번의 물질을 거쳐 분리해낸다. 작게는 좁쌀만한 크기의 구슬도 있다. 수습한 구슬을 다시 엮어 목걸이를 복원한다. 복원된 목걸이가 본래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시도한 끝에 이번 재개관에서는 월 진열대를 선택한 것이다. 


■ 박물관 사람들
상설전시실 재개관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한 박물관 사람들을 소개한다. 일명 '칠공주'. 칠공주 안에는 남자 직원이 두 사람 있지만, 박물관에서는 이들을 통칭해 칠공주라 부른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시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적용"

▲ 재개관 전시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박물관 사람들. 이후경(뒷줄 맨왼쪽·이하 시계방향), 김미도리, 박지영, 안소영, 김현희, 김혁중, 박윤배 씨.

글자 색상 하나까지도 중요하니까 …
규모와 가치의 차원이 다른 가야유물
관람 에티켓 지키는 건 시민들 몫
신라유물 비해 단아한 멋이 매력

△김현희(42·학예연구사)=전시에 관한 모든 것을 기획 총괄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건축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검색했어요. 적절한 이미지들을 계속 축적하고, 그 자료를 디자이너·설계담당자들과 계속 공유하면서 의논을 거듭했습니다. 작게는 사인물의 글자색상 하나까지 그렇게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모두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설, 새로운 조명을 도입해 유물을 잘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시방법이 결정되면 관련 업무를 맡은 분들께 협업을 요청합니다."
 
△이후경(42·유물등록업무)=수장고에서 유물을 관리하고 등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유물의 사진을 찍고, 보고서의 설명을 정리합니다. 유물이 제 이름을 가지고 정식으로 등록되는 거지요."
 
△김미도리(36·금속문화재보존처리담당)=금속문화재를 보존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02년 11월에 첫 발령지인 김해로 와서 가야문화의 금속유물을 책임지고 있다.
 
△김혁중(36·유물관리·전시담당)=부산시립박물관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김해로 왔다. "부산에서도 가야 유물을 보았지만,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가야유물은 정말 멋지고 대단합니다. 그 규모나 가치에서 차원이 다르지요."
 
△박윤배(34·상설전시업무보조)=부산 경성대박물관에서 2013년 1월에 김해로 왔다. "경성대박물관이 대성동고분군의 1~4차 발굴에 참여했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가야유물을 보았어요. 하지만 이곳에 오니 국립박물관의 명성에 걸맞게 귀한 유물들이 많아 놀랐고 감탄했습니다."
 
△안소연(33·전시업무보조·유물등록업무)=경주박물관에서 2014년 1월에 김해로 왔다. "새로 개관하는 박물관에서도 관람 에티켓 꼭 지켜주세요!"
 
△박지영(29·전시업무보조)=창원 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 김해로 왔다. "경북대 고고학과 시절 신라유물을 많이 접했어요. 신라유물에 비해 가야유물은 소박하지만, 단아한 멋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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