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고학과 이영식 교수 주창
2012년 말 세미나 개최 후 필요성 제기
지난 3일 '김해의 역사' 주제 첫 수업
인물·건축·도시 등 주제 15주간 진행


▲ 지난 10일 진행된 김해학 교양강좌에서 인제대 건축학과 고인석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분은 김해의 특산물이라고 하면 어떤 게 떠오릅니까? 진영읍 단감 아니면 대동면 꽃? 김해의 도시적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17일 인제대학교 탐진관에서 '건축과 김해학'이라는 주제로 교양강좌가 열렸다. 강단에는 인제대 건축학과 고인석 교수가 섰다. 고 교수의 질문이 나왔지만 강의실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에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표정이었다.
 
고 교수는 "김해의 특산물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진례면 분청도자기를 들 수 있죠. 김해에는 역사, 문화, 자연, 산업 등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참 많아요. 예를 들면 분청도자기 축제 등 문화 행사와 지역산업을 연결시킬 수도 있어요"라며 강의를 이어갔다.
 
김해시의 인구는 52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김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보다 부산, 창원 등지에서 온 외지인이 더 많다. 토박이는 물론 이사를 와서 김해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김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까.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지식이 없으면서 어떻게 애정, 공동체 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착안해 김해지역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김해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생겼다. 김해의 고유한 지역성과 가치를 발견하고, 그 결과를 전파해서 활용하는 것이 김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김해학의 취지다.
 
인제대학교는 최근 지역에서 일고 있는 김해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김해학을 기초대학 교양강좌로 정해 1학기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3일 김해학 주창자인 역사고고학과 이영식 교수가 '김해학이란-김해의 역사'를 주제로 첫 수업을 했다. 이어 10일에는 역시 이 교수가 '김해의 인물'을 내용으로 두 번째 강의를 펼쳤다. 김해학 강의는 김해의 역사, 인물, 건축, 도시, 환경, 경제 등을 주제로 총 15주간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학을 시작으로 서울학, 부산학, 인천학, 울산학 등 10여 개의 지역에서 지역학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김해의 경우 2012년 11월 인제대 김해발전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김해학의 제창을 위하여-김해학 정립의 기초적 연구'라는 세미나에서 김해학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인제대에서 교양강좌로 개설된 것이다. 이 교수는 "김해학은 이미 다른 지역학에 비해 30~40년 정도 늦은 편이다. 김해학을 연구할 만한 구심점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출범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교양강좌부터 개설했다"고 말했다.
 
김해학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은 크다. 김해학을 수강한 인제대 경영학부 3학년 김미례(23) 씨는 "김해에 살고 있으면서도 김해에 대해 전혀 몰랐다. 강의 교수진이 탄탄한데다 외부 강사를 만나 김해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앞으로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앞으로 김해학이 지역 발전에 토대가 되고 지역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김해학 교양강좌 개설을 계기로 김해학이 가야대학교 등 김해의 다른 대학교에 개설되기를 바란다. 김해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해 알아가고 현안을 해결하면서 김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해학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해결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해학을 연구하고 이끌어갈 구심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서울의 경우 1993년 서울학연구소가 설립된 이후 지역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도 세워졌다고 한다. 2008년 천안학을 시작한 천안시의 경우 천안발전연구원에 매년 2억 3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천안발전연구원은 2009년 3월부터 백석대학교 등 지역 7개 대학에서 천안학 강좌를 열고 있다.
 
이 교수는 "김해 시민들이 아니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먼저 김해학 강좌를 열었다. 앞으로 김해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김해학을 이끌어갈 센터 설립이 꼭 이뤄져야한다. 김해시의 재정 지원도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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