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벗 삼아 살아왔던 조상들은 짚과 풀, 손만 있으면 집, 옷, 농기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용품들은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직접 짚과 풀을 이용해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 볼 수도 있다. 매주 주말 김해민속박물관에서는 짚과 풀, 솔방울 등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계란꾸러미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 짚풀 체험 참가자들이 윤귀숙(오른쪽) 짚풀공예연구회 대표의 지도에 따라 계란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짚단으로 새끼 꼬아 달걀꾸러미 뚝딱
솔방울에 눈·귀·코·잎 붙이면 부엉이
풀잎으로는 통통 튀는 여치 만들어

자연 소품 만지며 놀잇감 만드는 과정
소중한 경험과 추억 함께 쌓을 수 있어
매주 토·일 오후 1~5시 체험 참가 가능

 
지난 22일 봉황동 김해민속박물관 입구.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솔방울이었다. 조그마한 손으로 솔방울에 눈과 귀, 코를 붙이자 귀여운 부엉이 한 마리가 탄생했다. 짚풀공예연구회 윤귀숙 대표가 나뭇가지에 부엉이를 올려붙이자 금방이라도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어린이들은 직접 만든 부엉이가 자랑스러운지 함께 온 부모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자, 이제는 여치를 만들어볼까요." 윤 대표가 풀잎 한 장을 꺼내 가운데 부분을 가위로 가른다. 갈라진 풀잎으로 여러 번 매듭을 짓더니 금세 여치 한 마리를 만들었다. 마술과 같은 장면에 어린이들뿐 아니라 함께 온 부모들도 눈을 떼지 못했다. 풀잎 한 장으로 만든 여치를 이리저리 흔들자 마치 통통 튀며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민속박물관에 들어가다 이 광경을 목격한 어린이들은 자기들도 만들어보겠다며 체험장에 우루루 모여들었다.
 
윤 대표가 이번에는 잘 마른 짚단을 꺼내더니 계란꾸러미 만들기를 준비한다. 창원 진해구에서 나들이 온 양광모(41) 씨도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짚으로 계란꾸러미 만들기에 도전했다.
 
윤 대표가 먼저 어린이들에게 짚에 대해 설명한다. "이건 볏짚이라고 불러요. 여기에 뭐가 열리죠.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의 재료인 쌀이 열려요. 자, 한번 먹어볼까요." 윤 대표가 벼에서 쌀알을 떼어내 양 씨의 무릎에 앉아 있는 양혜성(5) 어린이의 입에 쌀을 넣어준다.  

▲ 짚풀공예연구회 윤귀숙 대표가 짚과 풀, 솔방울 등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 작품들.
윤 대표가 짚단을 잡고 그 위에 모형계란 2개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그리고 새끼를 꼬아 계란꾸러미를 들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든다. 아들과 함께 체험에 나선 양 씨는 처음 도전해보는 탓인지 새끼 꼬기가 영 쉽지 않은 눈치다. 몇 분 후 삐져나온 짚을 가위로 잘 다듬자 계란꾸러미 하나가 완성됐다.
 
양 씨는 "도시에서 태어나 살아왔기 때문에 짚을 만져보거나 짚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연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 사용한 재료들은 곡식을 추수하고 남은 짚, 산과 들에서 찾을 수 있는 풀, 길에 떨어져 있던 솔방울들이다. 자연물을 이용해 어린이들은 자신의 상상대로 물건을 만들어보며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5시에 김해민속박물관을 방문하면 짚을 이용한 계란꾸러미 만들기, 새끼 꼬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풀과 솔방울을 이용해 여치, 사마귀, 부엉이 등을 만들 수도 있다. 미리 신청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바로 접수하면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체험비는 1천~3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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