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벗 삼아 살아왔던 조상들은 짚과 풀, 손만 있으면 집, 옷, 농기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용품들은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직접 짚과 풀을 이용해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 볼 수도 있다. 매주 주말 김해민속박물관에서는 짚과 풀, 솔방울 등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계란꾸러미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짚단으로 새끼 꼬아 달걀꾸러미 뚝딱솔방울에 눈·귀·코·잎 붙이면 부엉이
풀잎으로는 통통 튀는 여치 만들어
자연 소품 만지며 놀잇감 만드는 과정
소중한 경험과 추억 함께 쌓을 수 있어
매주 토·일 오후 1~5시 체험 참가 가능
지난 22일 봉황동 김해민속박물관 입구.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솔방울이었다. 조그마한 손으로 솔방울에 눈과 귀, 코를 붙이자 귀여운 부엉이 한 마리가 탄생했다. 짚풀공예연구회 윤귀숙 대표가 나뭇가지에 부엉이를 올려붙이자 금방이라도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어린이들은 직접 만든 부엉이가 자랑스러운지 함께 온 부모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자, 이제는 여치를 만들어볼까요." 윤 대표가 풀잎 한 장을 꺼내 가운데 부분을 가위로 가른다. 갈라진 풀잎으로 여러 번 매듭을 짓더니 금세 여치 한 마리를 만들었다. 마술과 같은 장면에 어린이들뿐 아니라 함께 온 부모들도 눈을 떼지 못했다. 풀잎 한 장으로 만든 여치를 이리저리 흔들자 마치 통통 튀며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민속박물관에 들어가다 이 광경을 목격한 어린이들은 자기들도 만들어보겠다며 체험장에 우루루 모여들었다.
윤 대표가 이번에는 잘 마른 짚단을 꺼내더니 계란꾸러미 만들기를 준비한다. 창원 진해구에서 나들이 온 양광모(41) 씨도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짚으로 계란꾸러미 만들기에 도전했다.
윤 대표가 먼저 어린이들에게 짚에 대해 설명한다. "이건 볏짚이라고 불러요. 여기에 뭐가 열리죠.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의 재료인 쌀이 열려요. 자, 한번 먹어볼까요." 윤 대표가 벼에서 쌀알을 떼어내 양 씨의 무릎에 앉아 있는 양혜성(5) 어린이의 입에 쌀을 넣어준다.
양 씨는 "도시에서 태어나 살아왔기 때문에 짚을 만져보거나 짚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연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 사용한 재료들은 곡식을 추수하고 남은 짚, 산과 들에서 찾을 수 있는 풀, 길에 떨어져 있던 솔방울들이다. 자연물을 이용해 어린이들은 자신의 상상대로 물건을 만들어보며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5시에 김해민속박물관을 방문하면 짚을 이용한 계란꾸러미 만들기, 새끼 꼬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풀과 솔방울을 이용해 여치, 사마귀, 부엉이 등을 만들 수도 있다. 미리 신청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바로 접수하면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체험비는 1천~3천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