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에서 난 보급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정진호 김해난연합회 회장.
"난은 예술성이 있는 식물이죠. 난을 즐기는 사람은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경험합니다. 난을 키우면 난의 향기에서 오는 고귀함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서 난 관리하다 매력에 흠뻑 빠져
김해지역 동호회 만들어 보급에 매진
사시사철 산에 나가 채집·복원 활동

 
김해지역 난 애호가들의 모임인 김해난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정진호(51·대성동) 회장이 난을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었다. 김해 지역 난 관련 단체들의 모임인 김해난연합회는 지난 8~9일 김해도서관 1층 가야갤러리에서 제13회 정기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에서는 '난 다시 심기 체험행사'도 열렸다. 첫날 100여 명, 둘째 날 150여 명이 참여해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정 회장은 김해 가락이 고향이다. 원래 회사에 다녔지만 취미로 시작한 난 키우기에 흠뻑 빠지는 바람에 이제는 아예 직업이 됐다. 그가 난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1982년 부산의 한 경찰서에서 전투경찰로 복무하던 그는 일과를 마친 뒤 사무실의 난을 틈틈이 관리하라는 부탁을 상급자로부터 받았다. 이렇게 해서 난을 키우다 그 독특한 매력에 빠져 아예 취미로 삼게 됐다고 한다.
 
정 회장은 1993년 취업한 뒤 회사에 난 동아리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같은 해에는 김해자생란동호회라는 모임도 창립했다. 정 회장은 "회사에서 난 동아리를 운영하다보니 보람이 컸다. 그러다 김해에 난 동아리가 없는 게 안타까워 난에 관심 있는 교사, 경찰, 공무원 몇 명을 모아서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김해자생란동호회 말고도 가락난우회, 김해난우회, 김해난사랑회 등 8개 난 동아리가 있다. 김해자생란동호회만 하더라도 회원이 14명이다. 8개 동아리 전체로는 회원이 110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003년부터는 회사를 아예 그만 두고 대성동에 자생란 전문점인 항란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난을 채집하거나 사들여서 키운 다음 팔아서 수익을 낸다. 난을 업으로 삼은 뒤부터는 혹서기를 제외한 사시사철 산에 나가 채집과 배양, 복원 운동을 하고 있다. 난을 열심히 즐기는 애호가들 중에는 남자들이 많다. 이들과 함께 희귀난을 찾아 등산로가 아닌 험한 산지를 탐색하고, 때로는 비용을 들여 난을 사들이기도 한다. 그는 "자생란 동호인들은 산에 있는 자생지를 돌아다니며 돌연변이를 찾는다. 돌연변이 난은 자연에서는 자생력이 떨어지지만 사람이 키우면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다"며 "해마다 난의 새 촉이 올라오면 쪼개서 불린다. 희귀성이 뛰어난 난은 가격이 억대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김해가 역사적으로 가야의 고도이고 정서적으로는 문화 도시라고 하지만, 사실 전반적인 문화적 역량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도시들보다 뒤떨어진다. 인구는 크게 늘었지만 문화 수준은 다른 도시에 가서 소비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다. 술 마실 돈은 있어도 문화를 즐길 돈은 없다는 사람들이 김해에 의외로 많다"고 아쉬워했다.
 
정 회장은 "김해는 무척산을 비롯해 대동면, 상동면에 난 자생지가 많아 난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하지만 아직 난 동호인은 인구에 비해 적은 편"이라면서 "꼭 난이 아니더라도 문화적인 취미를 갖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사람들이 난에 입문하고 싶다면 부산 원예고등학교나 경남난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생활원예 강좌에 참가하면 된다고 그는 조언했다. 김해난연합회도 앞으로 난 강좌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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