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외동의 봉명중학교 1학년 5반 교실. 황금주 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이 시조 두 편을 읽은 뒤 뜨거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까마귀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악한 사람인 것 같아." "내 생각에는 까마귀는 화난 사람 같아." 학생들은 9개 모둠으로 나눠 앉은 뒤 시조에 나오는 까마귀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일본서 시작된 학교개혁운동 프로그램
국내엔 대안학교 도입 후 100여곳 확산
지난달 25일 봉명중서 공개수업 호평
 
시조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자 한 학생이 모둠 친구들에게 뜻을 물었다. 질문을 받은 친구들은 친절히 설명을 해줬다. 모둠 활동 시간이 끝나자 각 모둠들은 자체 의견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발표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거나 반대 의견을 말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수업을 이끄는 황 교사는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학생들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이날 수업은 여러 학교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수업으로 열렸다. 수업을 마친 뒤 참관 교사들은 도서실에서 모임을 가졌다. 봉명중학교의 조삼순 교사는 "시조에서 상징을 찾는 문제는 중학교 1학년에게 쉽지 않은 과제다. 학생들이 서로 협동해 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의 박민정 교사는 "이전에는 수업할 때 학생들이 답을 찾지 못하면 알려줬다. 이번 수업을 보고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창원 평산초등학교 백영주 교사는 "수업에서 학생과 교사 간에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날 봉명중학교에서 열린 행사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에서 벗어나 모둠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여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었다. 배움의 공동체는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고 모든 아이에게 질 높은 배움을 보장한다'는 철학으로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만드는 운동이다. 1998년 일본 도쿄대학교의 사토마나부 교수가 시작한 학교 개혁운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에는 대안학교에 도입됐다가 공립학교에서는 2010년 경기도의 혁신학교인 장곡중학교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은 100여 개 학교로 확산됐다.
 
봉명중에서 펼쳐진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사무국장이자 경남배움의공동체연구회 대표인 황 교사가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는 "장곡중학교에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처음 봤다. 이후 연수를 받고 이듬해 3월 경남배움의공동체연구회를 만들어 주말마다 교사들과 함께 수업 협의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배움의공동체연구회는 매월 월례회와 수업 협의회를 열고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연구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올해부터 대구교육청이 주도적으로 교사를 대상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경남의 경우 창원, 진주, 김해, 양산, 함양, 밀양 등 6개 지역에서 배움의공동체연구회가 활동하고 있다. 마산태봉고, 합천원경고, 산청간디교는 학교 전체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다.
 
황 교사는 "요즘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학생의 3분의 2 이상이 엎드려 잔다. 수업을 듣지 않아도 인터넷 강의나 학원을 통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 방식을 적용하고 나서부터는 잠을 자는 학생보다 수업을 듣는 학생이 확연히 많아졌다.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직접 참여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한 명의 아이도 소외시키지 않고 질 높은 배움을 보장한다'를 목표로 한다. 많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웃으며 수업할 수 있도록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많은 학교에서 확대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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