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매만져서 입고 난 뒤의 모양새를 사전에서는 매무새라고 표현한다. 모든 일이나 모양에서도 매무새는 일종의 마무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포장이 내용을 모두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물건이 크면 포장이 커지고 작으면 포장이 작아지는 것처럼 내용이 가진 요소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속성을 포장이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자연 현상도 그리 다르지 않은데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를 보더라도 그 일례가 될 수 있다. 바닷물이 바다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다 알 수가 없지만 파도를 보면 어떤 기운이 흐르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파도가 심하게 일렁이는 것은 바다 표면의 바람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내부의 출렁임도 있다는 것을 파도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바람이 그친 뒤에도 파도가 계속 치는 것은 내부의 바닷물이 계속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식물도 그 끝자락에 기운이 드러난다. 끝자락에 있는 잎이 마른다는 것은 내부의 대사가 좋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잎과 가지, 줄기가 모두 말라 시들어버린 모양을 보인다면 그 뿌리의 모양을 보지 않더라도 자연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람도 손톱, 발톱의 끝이 부러지거나 갈라지는 모양을 보인다면 기운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모든 사물의 본(本)과 말(末), 표(表)와 리(裏)의 관계는 그 방향성이 다르지만 기운의 연결 선상에 있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기운을 파악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기운의 증거들이 드러난다. 옷을 입은 매무새도 그 사람이 가진 기운을 드러내지만 헤어스타일, 손톱, 발톱의 모양을 관찰하더라도 드러나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든 외부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든 당사자에게 머무르고 있는 기운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상(相)을 살피는 것도 이런 원리를 떠나지 않는다. 기운이 산란(散亂·어수선하게 흩어짐)하면 옷매무새나 말단의 모양이 산란하고 기운이 안정되어 있으면 말단의 모양도 단정한 모양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은 성형, 화장, 네일아트 등으로 근육의 모양, 색깔, 형태 등을 가려버리니 고유의 기운을 관찰하기 어려운 난점이 따른다. 그렇다고 어떤 사람의 기운을 파악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현대적 방법을 새로 고안해야만 하는 것이 필수 과제다. 모든 것의 징조나 상징을 통하여 궁극을 파악하는 방법인 '비유취상(比喩取象)'의 원리를 그대로 응용하면 되는 것이다. 본질을 파악할 때 세분화하고 정밀한 관찰을 통하는 것이 서구식 접근법이라면 징조나 상징을 통하여 전체적인 흐름이나 속성을 읽어내는 것은 동양식 이해가 되겠다. 서구식 접근법은 당장의 결론을 유보하더라도 확실한 과정을 통하여 객관을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고, 동양식 이해는 하나로써 전체의 경향을 파악하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겠다. 말단의 모양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더라도 비유취상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대로 의미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특별한 미용을 거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손톱이라면 가장 일반적인 삶의 궤적 속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되고 미용, 화장을 통하여 원래 모양을 감추었다면 감정과 현실의 조화를 인위적으로 맞추어 살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손톱의 무늬가 복잡하다면 감정과 현실의 복잡성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니 운세가 다소 고단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발상을 해보자. 손톱, 발톱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색을 입히더라도 단순한 문양을 만든다면 삶의 양상도 그런 흐름을 유도하게 되니 참조할 사항이다.





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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