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제일고등학교(교장 백종철)에서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학교의 미술전시관인 가온갤러리에서 지난 1일 '김명화 작가 작품전'이 개막한 것이다. 오는 25일까지 한달 가까이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작품들이 내걸려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김해제일고 교사들과 지역민들이 가온갤러리에서 열린 '감명화 작가 작품전'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4일 개막해 25일까지 전시
강원도 춘천 설경과 남도의 봄 주제
학생들에 '살아있는 그림' 선보여
"고교에서 갤러리 운영 기적같은 일"
 
한국화를 그리는 김명화 작가는 2006년 대한민국 한국화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경남미술대전 입선 5회, 성산미술대전 우수상 2회 등의 많은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화가다. 이번 작품전의 주제는 작가의 유년 시절 추억이 녹아 있는 강원도 춘천의 설경과 산수유가 만발한 남도의 봄이다. 봄이 와서 꽃이 활짝 피었지만 눈이 가득 쌓인 강원도의 모습, 색색이 핀 아름다운 산수유의 그림이 가온갤러리 벽면을 가득 메웠다.
 
김해제일고에서 김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게 된 것은 백종철 교장과 미술을 담당하는 최현정 교사의 노력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학생들에게 붓 터치가 살아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2014 뉴페이스 인 김해'의 전시 작가인 김명화 작가에게 연락을 했다. 김 작가는 학교 생활에 지친 학생들에게 '쉼'과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두 사람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전시회에 앞서 가온갤러리 도슨트(미술 감상 도우미)들과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직접 작품 해설을 해주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이날 행사에서 "재능 기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학교 측에 감사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도슨트의 부장을 맡고 있는 윤혜림 학생은 "김 작가는 엄마와 같이 푸근하고 부드러운 분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직접 보니 소녀 같은 발랄한 모습이 느껴져 더 호감을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 동료 학생들이 작품들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면 자세히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작품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 작품 중에 노란 산수유가 가득 피어 있는 그림이 가장 좋았다. 노란색이어서 따뜻하고 포근한 봄날의 분위기가 잘 표현된 것 같아 눈길이 갔다"고 덧붙였다.
 
작품전을 둘러본 학생들도 대부분 좋은 반응을 남겼다. 행사장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어제도 왔는데 오늘도 또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온갤러리 작품전 중에서 가장 좋았어요' 등의 글이 남겨지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가온갤러리에서 열린 작품전은 너무 어려워 도슨트들도 설명하기 힘든 그림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작품전을 관람한 후에도 아쉬운 기분이 많이 남았다고 한다. 이번 작품전의 경우 도슨트들과 학생들이 작품에 대해 이해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전시회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최 교사는 "김 작가는 같이 그림을 그려온 화우이기도 하다. 작품전을 준비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지만 전혀 고생스럽지 않았다. 작품전을 열 갤러리가 공립고등학교에서 운영된다는 것이 기적이다. 기적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기획전이 의도대로 잘 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작가와의 만남에서 진지하게 감사해하고, 작가의 사인을 받기위해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마음이 뿌듯했다. 갤러리에 선뜻 작품을 내어준 김 작가, 열과 성을 다해 도와준 도슨트들, 무조건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교장 선생님에게 감사한다"며 활짝 웃었다.
 
김해제일고는 2012년 12월 3일 가온갤러리를 개관했다. '예술을 통한 감성교육은 입시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게 개관의 이유였다. '경남현대조각가협회전'이 개관기념전으로 열렸다. 지난해에는 오스트리아 화가 겸 건축사인 훈데르트 바스전 외에 3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이번 김명화 작품전을 통해 가온갤러리는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미술문화를 향유하고 소통하는 장으로 발전했고, 김해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잘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