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부터 김해문화의전당 공연을 보러 다닌 봄비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됐어요."
 
지난달 29일 김해문화의전당 로비에서 손한길(47·외동) 씨 가족을 만났다. 그들은 이날 열린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을 보러 온 참이었다. 손 씨는 물론 부인 박연숙(45) 씨와 두 딸 손단비(경운중 1년)·봄비(김해가야초 5년) 양이 낯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2년 전 대성동고분박물관의 '김해차사발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가족이었다.

▲ 김해문화의전당 공연과 전시를 즐겨 찾으며 문화와 예술을 생활로 만든 네 가족이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아버지 손한길(오른쪽), 봄비, 단비, 어머니 박연숙.
아이들 공부·학원보다 공연이 먼저
한달 가족 수입 20% 문화 활동 투자
"5월 티켓 모두 예매 … 행복한 가족"
 
알고 보니 이 가족은 김해 문화시설의 프로그램들을 알뜰하고 야무지게 활용하는 '문화가족'이었다. 김해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과 전시는 거의 하나도 빠지지 않고 챙겨 보러 다니는 가족이었다. 한 달 수입의 20% 정도를 공연, 전시를 보는 데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김해문화의전당 VIP회원 카드가 있어요. 이 카드를 이용하다보니 어느새 전당의 단골 고객이 됐네요." 아버지 손 씨의 설명이다. 그는 서상동에서 태어난 김해 토박이다. "김해에 문화의전당이 생긴다는 소식이 반가웠고, 훌륭한 공연장 시설에 가슴이 뿌듯했죠. 회원카드를 이용하다보니 공연이나 전시를 빠지지 않고 다 보게 됐네요."
 
박 씨는 "문화의전당에서 뮤지컬 '달고나' 지방 초연을 할 때부터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때가 2006년 9월 23일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공연을 다 봤다고 한다. 뮤지컬, 연극, 가요, 클래식, 국악에 윤슬미술관의 전시까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무료공연일 경우 일찌감치 현장에 가서 표를 받아 관람했다.
 
전당에서 열리는 '아침의 음악회'는 박 씨가 평소 혼자 보러다니는 공연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방학기간에는 두 딸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는다. "아이들을 학원에 안 보내고, 김해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전시·체험프로그램에 데리고 다녀요. 책을 많이 읽고 김해의 문화 현장들만 다녀도 충분해요." 박 씨의 말을 들으니 이건 분명 '투자'였다.
 
많은 공연을 함께 보러 다니는 단비와 봄비는 어떨까. "음악시간에 클래식을 들려주면 친구들은 지겨워하기도 하고 졸기도 해요. 그런데 엄마·아빠를 따라 클래식 공연을 계속 다녀서 그런지 들을수록 좋아요." 단비의 말이다. "김광석은 잘 몰랐어요. 얼마 전에 TV에서 다른 가수들이 김광석 모창을 하는 걸 봤어요.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가수라니까 오늘 공연이 기대돼요"라고 말했다. 봄비는 어릴 때 정명화의 공연을 보면서 졸기도 했지만 지금은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다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할 정도로 자랐다.
 
두 아이는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갈 때면 미리 책을 읽어본다고 했다. "노틀담의 곱추, 몬테크리스토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 두 아이 모두 책을 읽었다"는 박 씨의 말에 단비와 봄비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봄비는 "책에는 등장인물이 많았는데, 뮤지컬에는 책보다 적더라"고 말했다. 봄비는 '뮤지컬 레베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고 했다. "레베카에서 무대가 완전히 휙 도는 장면이 멋있었고요.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 언니는 노래를 정말 잘했어요."
 
봄비는 "어렸을 적에는 엄마가 사달라는 것은 안 사주면서 지루한 공연만 보여준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재미있다. 공연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며 박 씨를 쳐다보았다. 단비는 "엄마·아빠 딸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공연을 볼 수 있었을까. 공연과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 많은 간접 경험을 쌓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씨는 "공연을 자주 보러다니다 보니 비싸지 않은 티켓을 사더라도 좋은 자리를 찾는 요령을 알게 됐다. 누구보다 먼저 인터넷으로 '우리가족 지정좌석'의 표를 구입한다"면서 "다른 비용을 아끼더라도 문화와 예술을 두 아이가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미 5월 공연 티켓을 모두 예매했다고 한다. 서둘러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가족의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김해뉴스/박현주 기자 phj@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