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원동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선거판에 직접 나와 보니 평소 거룩한 말씀을 많이 하시던 분이 사리사욕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율배반적인 언행을 일삼더군요. '사람이 한 단계 성숙하려면 선거를 치러봐야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공천 신청자들의 이력을 들어봤는데요, 이건 뭐 아예 '슬픈 희극'입디다. 전과자가 한 둘이 아닌 거예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이나 한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는데, 뇌물수수나 성추행 같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버젓이 공천 신청을 했더라구요. 물어 보면 다들 그럴싸한 이유를 대겠지만, 저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공천 신청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얼마 전에 김해에서는 6·4 김해시장 선거 출마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라 열렸지요? 그런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범죄 전력자들이 버젓이 앞자리에 앉아 근엄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 사람들은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데, 이번 선거를 맞아 활동을 재개했다고 해요. 그들에게는 시민 혹은 유권자들이 어떤 존재일까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단세포 원생동물 아메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는데,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모두 다 개혁 공천을 해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성범죄 등 이른바 '5대 범죄' 전력자들을 공천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솎아내기로 했다더군요. 공천부적격 사유 가운데 친인척 비리를 포함시키고, 현역 단체장에 대해서는 만족도와 경쟁력을 조사해 점수를 매기겠다는 입장도 피력하더군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됩니다. 일례로 '친인척 비리'의 경우 '측근'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측근'은 먼 친척보다 훨씬 더 정치, 사회적 비중이 큰 사람이고, 어찌 보면 후보의 '정치적 분신'이랄 수도 있는 사람 아닙니까. 해당 후보가 비리를 저지른 측근을 단호하게 배척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범죄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여전히 중히 쓰고 있다면 충분히 공천부적격 사유가 되리라 봅니다. 이런 부분은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동보조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혁 공천이 성공하려면 '냉혹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해요.

-유권자들은 선거 이후의 일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최근 경남경찰청과 김해의 한 경찰서가 모 후보의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내사를 진행했다는 말이 들립니다. 당선이 되더라도 경우에 따라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2011년 강원도지사 선거 때는 '주부 알바'들을 동원한 불법 전화 선거운동 사례가 적발됐는데, 지금 김해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게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휘발성이 매우 클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이 선거 때 아메바 취급을 받는다는 건 참으로 슬프고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 후보들과 주변 인물들의 도덕성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부터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전과기록이 모두 선거 공보물에 기재된다고 하니 공보물이라도 유심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김해뉴스 /이광우 사장(부산일보 이사) lee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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