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강길수 time8760@hanmail.net

김해뉴스 이동현 청소년기자가 담은 김해시민 촛불 기도회 3일간의 현장

희생자 애도·실종자 귀환 염원 물결
시민들 한결같은 마음에 희망의 불씨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민·관·군·경의 합동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사망자만 계속 늘어날 뿐 생존자 발견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TV와 신문 등을 통해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을 지켜보면서 참담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지만,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아직 구조되지 않은 단원고등학교 학생 등 승객들의 무사귀환을 마음 속으로 기원하고 또 기원하고 있다.
 
▲ 김해시민들과 김해경원고 3학년 학생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적은 글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촛불 기도회가 김해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에게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희망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행사 장소로 향했다.
 
촛불 기도회는 18~20일 사흘 동안 내외동 옛 롯데리아 인근에서 김해교육연대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첫날 오후 7시가 되자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진행 요원들이 나눠준 초에 실종자 무사귀환을 바라는 애절한 마음을 담으면서 기도회는 시작됐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촛불을 든 초등학생과 이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중·고등학생 및 시민들은 행사 내내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마음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행사 중에도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구조 상황을 지켜보다 희생자가 나올 때면 긴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해경원고에 다니는 고등학생으로서 후배 같은 단원고 학생들이 비극을 당했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흔들리는 촛불을 보니, 차가운 바다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후배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촛불 기도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마음도 같았을 것이다.
 
1시간 여 동안 진행된 첫날 촛불 행사는 김해교육연대 상임대표의 마무리 인사로 끝났다. 행사를 마친 뒤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친구들에게 동참을 권유했다. 학교에 돌아가서 친구들과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종이를 만들었다. 경원고 교사들은 자신들의 염원까지 촛불에 담아달라고 격려했다.
 
기도회 사흘째인 20일. 구조자는 나타나지 않고 계속해서 희생자만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기도회에는 학생들이 많이 동참했다. 학생들은 시민들에게 초를 나눠줬다. 지나가는 친구, 후배들을 설득해 더 많은 학생들이 동참하도록 했다. 촛불을 들고 많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때로는 무관심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때문에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따뜻한 눈길과 마음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에 끝까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할 수 있었다. 평소 말주변이 없어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용기를 내 자유발언을 신청했다. "촛불기도회를 통해 기적이 일어나길 염원합니다.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지금 중요한 것은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게 아니다. 최대한 빨리 실종자를 구하는 것이다. 김해 시민,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한마음이 돼 기적이 일어나기를 염원하고 또 염원해야 한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도 슬픈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실종자들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는 "기적은 꼭 이루어집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들아. 지금은 비록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조금만 참아주렴. 너희들은 꼭 구조되어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부디 희망의 끈을 놓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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