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비염 환자들은 더욱 고생을 하게 된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이어 누렇게 날리는 꽃가루 등 알레르기 주범들이 괴롭히기 때문이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가 일으키는 증상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피부염, 결막염, 천식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채기와 가려움증, 콧물과 코막힘 등을 동반해 일상생활과 학업을 방해하고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 관리가 중요하다.

원인물질 노출 때 염증세포 몰려 반응
방치 땐 계절 상관없이 증상 빈발

면역력 강화와 꽃가루 등 차단 필요
코 탁한 기운 없애는 '보중익기탕' 효능

콧물 쌓이는 부비동 자리 문지르고
이마 정중앙선 '상성혈' 누르면 완화


■ 봄철에 심해지는 알레르기 비염
비염은 콧물, 재채기, 가려움, 코막힘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비점막의 '염증성 질환'을 의미한다. 급성비염은 흔히 감기라고 하는 감염성 비염이며, 만성비염은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뉜다. 비감염성 만성비염은 비강구조의 해부학적인 변형,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호르몬 이상 및 알레르기 등이 원인이다. 흔히 만성비염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코점막이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되면 자극 부위에 혈액 백혈구 세포의 일종인 호산구 등 알레르기 면역글로블린 IgE 항체를 매개로 하는 염증세포가 몰려든다. 이들이 분비하는 매개물질에 의해 염증 반응이 발생하는 것이다. 흔히 히스타민이 알레르기 반응을 매개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는 항히스타민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에 따라 스테로이드제가 처방되는 경우도 있다.
 
봄철에 특히 심해지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황사나 미세먼지 또는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인 경우가 많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황사나 미세먼지, 꽃가루 등이 사라진 뒤 2~3주 이내에 대부분 호전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초기에 치료를 해야 한다. 만약 방치하게 되면 다른 원인물질에 의해서도 계절과 상관없이 증상이 유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알레르기 비염의 한방치료

▲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생길 때 부비동 자리인 코 양쪽 영향혈 자리와 이마 정중앙선 앞 머리카락이 난 곳인 상성혈을 누르거나 가볍게 문지르면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만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항원-항체반응으로 인한 코점막의 알레르기성 반응이라기보다는 기도점막의 선천적인 방어기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주로 폐, 비위 및 신장의 기운이 허해져 정상적인 면역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비염이 생기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각 장기의 기운을 돋워주는 처방을 하게 된다.
 
코가 막히거나 누렇고 탁한 콧물이 나오는 등의 모든 코 질환은 기운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활천경희한의원 이현효 원장은 "한의학적으로 맑은 기운은 상승하고 탁한 기운은 하강해야 한다. 하지만 코에 탁한 기운이 몰려 있어 기운이 내려오지 못하면, 기운이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원기가 생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히 기억력이 둔해진다. 특히 수험생의 경우 집중력 부족을 호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의학적으로 급성 비염의 경우에는 땀을 내 원기를 올려주는 발표제(發表劑)를 쓰게 된다. 만성비염에는 원기 자체를 돋워주는 약물에 상부로 몰려 있는 기운을 자연스럽게 내려주는 보익제(補益劑)를 구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특히 코나 부비종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점액이 목뒤로 넘어가는 것을 후비루라고 한다. 이럴 때는 목 뒤로 콧물이 넘어가는 느낌 및 만성적인 기침이 유발된다. 위장관내로 콧물이 유입되어 위의 산도(pH)를 높이게 돼 소화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식욕부진이나 소화장애를 동반한 비염의 환자인 경우에는 한의학적으로 비위를 돕는 약물인 인삼·황기·백출 등의 약물에 승마·시호와 같이 코의 탁한 기운을 내려주는 약물을 더한 처방을 사용한다. 이것이 이동원의 '보중익기탕'이다. 특히 극심한 피로와 권태감을 동반한 비염의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말했다.
 

■ 비염 예방 및 완화법
알레르기 비염은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므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체의 대사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호르몬 조절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또 개인의 체질에 따른 면역력 증진 처방을 받아야 한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이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식사는 당연히 기본이다. 운동은 과격하게 하기보다 땀을 적당히 흘릴 수 있는 맨손체조, 스트레칭, 등산이나 적절한 유산소운동이 좋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생기면, 콧방울 옆인 영향혈과 이마 정중앙선에서 앞 머리카락이 난 곳의 위쪽인 상성혈을 누르면 증상이 완화된다. 영향혈 주위에는 콧물 등이 쌓이는 부비동이 있다. 이 부분을 누르면 콧물이 줄어들고 코막힘 등의 증상이 금새 개선된다. 영향혈은 누르지 않고 가볍게 만지기만 해도 효과가 나타난다.
 
황사나 미세먼지, 꽃가루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나 차 안으로 꽃가루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꼭 닫고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다. 외출 후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옷은 잘 털고 양치와 세수를 한 뒤 코를 가볍게 풀어주면 좋다. 외출할 때 마스크와 안경을 사용하면 차단효과가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특히 심한 사람은 꽃가루가 가장 많이 날리는 오전 6~10시 사이에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 원장은 "비염이 지속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학업에 방해를 받는다. 학생들은 심리적 불안감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져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조기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 및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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