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백발의 신사가 양 어깨에 아코디언을 맨 채 신명나게 연주를 한다. 아코디언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다른 한 손은 아코디언의 주름상자를 줄였다 폈다를 반복한다. "잘 한다." 연주자를 둘러싼 사람들은 추임새를 넣어가며 연주를 감상한다.

▲ 가야아코디언동호회 회원들이 악보를 보며 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있다.
2012년 6월 회원 13명 뜻 모아 창설
입소문에 부산·창원서 찾아오기도
월회비 1만원이면 누구나 수강 가능
요양원·경로잔치 무료 음악공연
 
가야아코디언동호회(회장 이용성)가 운영하는 음악동아리 아코디언 교실의 한 장면이다. 동상동주민자치센터 3층 공연장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코디언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저기 앞쪽은 초보자, 왼쪽은 중급자, 오른쪽은 상급자들이에요." 이 회장이 웃으며 회원들을 소개했다.
 
임종훈 강사는 화이트보드에 음계를 그려가며 초보자들에게 아코디언 연주방법을 친절히 설명했다. 박용태 강사는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연주자들의 질문에 답을 했다. 수준급의 실력을 가진 회원들은 악보를 앞에 놓고 개인 연습을 했다. 공연장은 금세 아코디언 연주 소리로 가득 찼다. 이 회장은 "가야아코디언동호회 회원들은 취미로 아코디언을 배우는 사람들이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요양원, 경로잔치 등에서 무료 음악공연을 한다"고 소개했다.
 
가야아코디언동호회는 2012년 6월 아코디언을 사랑하는 회원 13명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지금은 회원이 35명으로 늘었다. 아코디언 연주를 배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부산 해운대, 창원 등지에서 찾아오는 회원도 있다.
 
1시간의 연습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새로 온 회원 소개가 이어졌다. 신입회원이 나이를 39세라고 밝히자. 회원들은 모두 "아기가 왔다"며 크게 웃으며 환영했다. 50~70대의 나이가 주류를 이루는 가야아코디언동호회에서 30대 후반은 매우 젊은 축에 속한다.
 
가야아코디언동호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정복미(73·동상동) 씨는 "3년 전에 한 지인이 아코디언으로 '홍도야 울지마라'를 연주했다. 앵콜이 터져나올 만큼 연주가 감동적이었다. 아코디언을 배우고 싶었던 차에 이곳을 알게 됐다. 집에서 연주를 할 때면 분위기에 푹 빠져 신랑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도 못 듣는다"고 말했다.
 
박 강사는 "아코디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애환을 표현하기에 딱 좋은 악기다. 게다가 손가락으로 연주하다 보니 뇌를 자극한다. 그래서 치매를 예방하는 데 이만한 악기가 없다. 즐겁게 연주하고 연주를 통해 남을 행복하게 하니, 이보다 즐거운 삶이 어디 있나"라고 자랑했다.
 
가야아코디언동호회의 아코디언 교실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따로 강의료를 낼 필요 없이 매달 1만 원의 회비만 내면 아코디언 연주를 배울 수 있다. 단 회원은 본인 악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진영읍 김해보훈요양원에서 '목포의 눈물'을 연주했다. 그때 어르신들이 연주에 맞춰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외국에서는 20~30대 젊은이들이 아코디언을 많이 연주한다. 연령에 관계없이 젊은이들도 아코디언을 함께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가야아코디언동호회 '아코디언 교실' 문의/011-9392-4680.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