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소리예술단'의 박시영(53) 단장을 만나면 기분이 유쾌해진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웃음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마구마구 퍼지는 듯 하다. 그는 말을 할 때면 언제나 하하, 깔깔 하며 웃음을 빼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소화도 절로 되고, 하루 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즐거운 느낌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 박시영 우리소리예술단 단장이 한우본가에서 고기를 구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촌 부경축산물 도매시장 신선육 사용
꽃잎 같이 골고루 자리한 마블링 일품
진주산 참숯으로 구워 부드럽고 고소해
육회·삼겹살·곱창전골 등도 단골 비법
 
박 단장이 안내한 곳은 부경축산물 주촌 도매시장에 있는 한우 식당 '한우본가'였다. 김해사람 치고 주촌 도매시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우본가도 어지간한 김해 토박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 집 주인이 워낙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고 김오랑 중령 추모사업에 헌신해온 김지관(47) 씨다. 법적 사장은 김 씨의 부인 김현서(44) 씨.
 
박 단장은 한우 모듬을 주문했다. 등심, 갈비살 등 한우의 여러 부위를 골고루 주는 메뉴다. 주문을 받은 김 씨는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성큼성큼 썰었다. "우리 집 고기는 바로 옆 도매시장에서 가져옵니다. 특정 가게에서 매일 받아쓰지 않고 제가 매일 직접 가서 고기를 보고 사용할 양만 골라 오죠."
 
김 씨가 한우 고기를 준비하는 동안 백김치, 단호박, 무절임, 명이나물절임 등 밑반찬이 상에 올랐다. 백김치는 많이 익어 약간 삭은 것처럼 보였지만, 먹어보니 아삭하게 적당했다. 명이나물절임도 간이 제대로 짭짤하게 배어 있어서 소금 안 친 고기랑 같이 먹기에 좋았다.
 
드디어 한우 모듬 한 접시가 나왔다. 마블링이 골고루 잘 섞여 있는 선홍색 고기는 첫눈에도 신선해보였다. 단골손님이어서인지 양도 적지 않았다. 먼저 등심을 불판에 올렸다. 한우본가에서는 진주에서 직접 사 온 참숯을 쓴다고 했다. 김 씨는 "합성 숯을 쓰면 불꽃이 파란데, 참숯은 불꽃이 빨갛다"고 전했다. 이 집의 등심은 부드럽고 고소한 본래의 맛 그대로였다.
 
박 단장이 김 씨를 안 것은 내동에 있는 카페 '재미난 쌀롱'에서였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재미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박 단장으로 말하자면, 그는 1998년부터 김해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사물놀이와 국악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로 16년째다. 그가 지도하는 청소년 단원 대부분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소년소녀 가장, 한부모 가정, 가벼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김 씨는 투박한 외모와 달리 매우 서정적인(?) 사람이다. 기타를 잘 치고, 노래도 곧잘 한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이런 점에서 보면 '필연'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번에는 한우 육회가 나왔다. 잘 다진 고기에 하얀 깨와 검은 깨를 뿌렸고, 그 위에 계란 노른자가 하나 얹혀 있었다. 고기가 신선해서인지 육회는 부드럽고 달콤했다. 육회 밑에 깔린 배 몇 조각과 함께 먹으니 달콤한 맛이 더 강해졌다. 한우를 구워먹은 뒤에 먹은 육회는 입 안을 상큼하게 만들어주었다. 김 씨는 "옛날 한우들에는 '마블링'이란 게 없었다. 그래서 구이로는 적당하지 않아 삶아서 수육을 많이 해먹었다. 요즘에는 소를 가둬 키운 탓에 마블링이 많다. 어떻게 보면 마블링이라는 건 인간의 욕심이나 소의 고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한때 김해의 한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사직한 뒤에는 시내에서 곱창구이집을 했는데, 4년 전부터는 주촌 도매시장으로 들어와 한우본가를 운영하고 있다. 식당 앞에는 두 가지 작은 간판이 붙어 있다. 하나는 '김해관광 추천음식점 100선'이다. 김해시에서 김해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선정한 100대 음식점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른 간판은 특이하게도 '기능장'이라는 나무 간판이다. 김 씨는 웃으면서 "과거 건설회사에 있을 때 기술자로 일하면서 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이 김 씨의 부인이자 '법적 사장'인 김 씨를 불렀다. 박 단장 특유의 화사한 입담이 펼쳐졌다. 김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갑자기 실내가 웃음바다로 변해버렸다. 김 씨가 '서비스'라며 돼지고기 삼겹살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한우를 먹기 위해 오지만 가끔 별미로 삼겹살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석쇠에 구워 먹는 삼겹살은 느끼하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강했다.
 
박 단장은 요즘 바쁘다고 한다. 12월 정기연주회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데다 조카인 박현영(부산예고) 군의 방송 출연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쁘지만 재미있어요. 아이들도 가르치고, 그러면서 저도 즐겁게 살고…." 따뜻한 봄날 낮에 벌였던 고기 파티는 이토록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한우본가/주촌면 서부로 1403번 길 23-66(주촌면 내삼리 1295). 055-322-1473. 안거미·안창살(100g) 2만 3천 원, 갈비살·등심·한우모듬(100g) 1만 7천 원, 삼겹살(100g) 7천 원, 육회 200~300g 2만~3만 원, 한우갈비탕 8천 원, 곱창전골 중·대 2만~3만 원.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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