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사랑한 나무
(강판권 지음/한겨레출판사/267p/1만 4천 원)

조선의 대학자 퇴계 이황은 임종의 순간에 안간힘을 다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 이 책의 저자 강판권은 퇴계의 유언을 통해 그의 삶과 학문을 추적한다. 전통적인 고문을 문장의 모범으로 삼도록 한 정조의 '문체반정'에 반대한 선비 이옥은 독창적인 문체로 글을 썼다는 이유로 과거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옥은 벌을 받으러 가는 중에도 길가의 식물을 살펴서 글로 옮겼으며, 정조에게 억울한 처우를 당했음에도 자귀나무를 살피며 근심을 잊었다. 강판권은 이옥에게서 나무를 통한 자기수양의 절제미를 보았다. 나무를 사랑하는 현대의 인문학자 강판권은 선비들이 사랑했던 나무를 통해 성리학자들의 삶과 학문을 들여다보았다.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학교 뒷산의 나무가 전부 몇 그루인지 헤아려오라'는 과제를 내 괴짜교수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나무를 통한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격물치지란 유교철학의 인식이론으로, 사물의 이치를 구명하여 자기의 지식을 확고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강판권은 "나무를 만나고서도 나무와 만났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격물이 아니다. 격물은 인간이 어떤 의지도 없이 우연히 스쳐 지나가면서 만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격물은 만나는 물 자체에 대해 절실한 마음으로 다가가,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단계에서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나무 한 그루에도 큰 세계가 담겨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행복한 ㄱㄴㄷ
(최숙희 글·그림/웅진주니어/32p/1만 원)

자신이 한글을 어떻게 익혔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느 순간 보니 내가 한글을 줄줄 읽고 쓰고 있긴 하지만, 아무리 한글이 배우기 쉽다고 해도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가 옆에서 가르쳐주었을 터. 때로 우리는 엄마나 가족을 통해 글자를 익히곤 한다. 아빠 이름이 '박호식'인 아이는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시킬 때마다 포장박스를 보면서 "우리 아빠 이름이야!"라고 반색하면서 말이다.
 
최숙희 씨가 한글을 가르치는 이 그림책은 마치 엄마가 아기를 안고 한마디 한 마디 따뜻하게 가르쳐주는 것 같다. 'ㄱ'에는 누군가가 힘들어 하면 '괜찮니?' 하고 물으며 공감하는 마음, 도움을 받으면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ㄴ'에는 내가 가진 것을 선뜻 내어 주며 '나눠 먹자'하는 착한 마음이 있다. 친구에게 '도와줄게' 하며 손을 내미는 따뜻한 마음, '랄랄라' 노래하며 춤추는 신나는 마음, 곁에 있는 이를 꼭 안으며 '사랑해'하는 행복한 마음…. 우리 한글에는 아름답고 다정한 마음을 나타내는 말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한창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한글뿐만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하는 행복을 알려 주는 책이다. 한글 배울 나이의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이나, 김해에 시집 온 결혼 이주민 여성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이를 안고 한자 한자 손으로 짚어가며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행복은 덤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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