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 모(68) 씨는 폐경 이후 무릎에서 뚝뚝거리는 느낌과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껴왔다.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다리가 'O'자형으로 변형되고, 무릎 통증으로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됐다.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자식들의 성화에 병원을 찾은 정 씨는 관절의 마모 정도가 심해 뼈와 뼈가 붙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무릎 관절을 인공 관절로 교체하는 큰 수술이라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 노화의 징후 퇴행성 관절염
나이가 들면 신체 노화로 퇴행성 변화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관절이나 뼈도 노화를 겪는다. 관절염도 노화의 한 부분이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로 인한 대표적 질환으로 손꼽힌다. 실제 나이가 들수록 퇴행성 관절염 발병률이 높아지고, 노년층의 대부분이 증상을 호소할 만큼 보편화된 노인질환이라 할 수 있다.

관절 크기와 모양 사람마다 모두 달라
나이·성별·생활환경 고려 맞춤형 대세
무릎 관절 움직이기 쉽고 내구성 좋아
구부릴 수 있는 각도 130도까지 확대

○자형 휜다리나 부분적 마모 환자
수술 부위 최소화한 시술로 큰 효과

 
퇴행성 관절염은 대개 무릎에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주된 증상은 관절이 붓는 것이다. 심해지면 관절 운동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더불어 관절 연골의 마모와 윤활액의 감소로 관절 간격이 좁아져 뼈와 뼈가 맞닿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4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50세 이후 발병이 증가한다.
 
노화 못지 않게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비만이다. 체중이 늘어나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은 4~7배까지 높아져 관절 부담을 증가시키고 부상이나 퇴행을 일으킨다. 특히 관절염 환자들은 통증이 심하다는 이유로 운동량을 줄이게 된다. 이는 체중을 더욱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무릎에 더 큰 압력을 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부민병원 서승석 의무원장은 "무릎은 걸을 때나 앉고 일어날 때 등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관절 중 하나다. 특히 쪼그려 앉은 자세로 오래 앉아 일을 하거나 과격하고 관절에 무리를 주는 운동을 지속할 경우 퇴행성 관절염이 일찍 올 수 있다"며 "무릎 통증 등 초기 관절염 증상을 방치할 경우 퇴행성으로 진행할 수 있어 발병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인식 변화
퇴행성 관절염 치료는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퇴행 성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적당한 휴식, 운동을 동반한 관절연골 보호제 주사 등의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비교적 이른 시기인 50~60대에는 'O'자형 관절을 바로잡아주는 '휜다리 교정술'을 하거나, 무릎 관절 중 주로 닳는 내측 관절 면만 수술하고 건강한 자기 관절을 최대한 살리는 '부분 인공관절 수술'을 통해 통증 및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정 씨 같은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예전에는 고령에 수술을 받으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건강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부담이 줄고 있다. 또 건강한 노후를 위한 관절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인공관절 수술의 인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심하게 손상된 관절을 절제한 뒤 인공관절 삽입물을 넣어 관절을 교체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피부 절개를 최소화한 '최소 상처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수술 후 통증 및 합병증을 줄여 빠른 회복이 가능하게 됐다.
 

또 사람마다 관절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나이와 성별, 생활환경 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 시도되고 있다. 수술 전 환자의 무릎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방사선 평가와 3D 컴퓨터 단층촬영(3D-CT)을 실시한 뒤 개인 상태에 따라 인공 관절을 사전에 맞춤 제작한다. 맞춤형 인공관절은 기존 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며 무릎관절 운동 범위가 넓어졌다. 또 환자의 특성에 맞게 제작돼 통증을 줄이고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기존의 인공관절은 수술 후 무릎을 구부릴 수 있는 각도가 110도 정도여서 바닥에서 주로 생활하는 환자들은 불편함을 겪어 왔다. 하지만 관절의 굴곡 각도를 고려한 '고굴곡형 인공관절'은 130도까지 무릎을 구부릴 수 있어 양반 다리 및 쪼그려 앉기 등이 가능하다. 한국인의 생활 유형에 적합한 것이다.
 
서 원장은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퇴행성 관절염은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외적 방법으로도 호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최소 상처 인공관절 수술과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인 만큼 믿을 수 있는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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