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직업실록
(정명섭 지음/북로드/296p/1만 4천 원)

대입시험을 비롯해 각종 주요 시험에서 대리시험을 치다 들켜 죄값을 치렀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조선시대에도 과거에서 대리시험을 치는 전문 직업인이 있었다. 조정에서 과거를 실시한다는 공고를 내면, 공부가 시원찮은 양반들은 과거를 위해 필요한 사람을 수소문해 고용했다. 먼저 '선접꾼'. 시험장 문이 열리면 빨리 뛰어들어 가 좋은 자리를 잡는 사람이다. 치열한 몸싸움 끝에 과거장의 명당을 잡는 역할을 맡았다. 다음은 '거벽'. 답안지에 쓸 문장을 구상하는 사람이다. 대리시험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사수'. 이는 거벽이 구상한 답안을 답안지인 시권에 옮겨 적었다. 사수는 필체가 좋은 사람이 맡았다. 선접꾼, 거벽, 사수가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면 이들을 고용한 양반은 과거에 쉽게 합격했다. 요즘으로 치면 각 분야의 최고 실력자들끼리 뭉쳐 '완벽한 팀워크로 합격보장'이라는 홍보문구를 내걸고 고액영업을 해도 될 판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았을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드라마에는 농민, 노비, 상인들이 주로 등장하지만 그때도 직업이 있었다.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에 불이 나면 즉시 달려와 불을 끈 '멸화군'은 조선시대 소방수였다. 북방 정책을 폈던 조선 초기에 여진족을 정탐해 조정에 보고했던 '체탐인'은 오늘날의 국정원 요원쯤 되겠다. 한양 운종가에서 상인과 소비자를 이어준 '여리꾼'은 요즘으로 치면 속칭 '삐끼' 역할로 먹고 살았던 셈이다. 21세기의 개그맨들은 조선시대로 돌아가면 사람들 앞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생계를 이어간 '재담꾼'이 되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21가지 직업을 소개한 흥미로운 책이다.


 


▶다시, 봄
(장영희 글, 김점선 그림/샘터/171p/1만 2천 원)

"1월에서 12월까지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시들을 소리 내어 읽노라니 금방이라도 밝고 유쾌한 영희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미소 짓게 됩니다. 책 사이사이 글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김점선 화가의 그림은 또 얼마나 밝고 멋진지요! 이 책은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함께 보내는 봄 편지,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입니다." 이해인 수녀의 추천사가 간결하고도 아름답다. 고 장영희 교수의 5주기를 맞아, 한 일간지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120편의 칼럼 중 계절에 관한 시 29편을 엮은 책이 나왔다. 고 김점선 화가의 그림은 시편 사이사이에 자리 잡았다. 장영희 교수와 김점선 화가는 투병 생활 동안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김점선 화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그 49재 날에 장영희 교수도 세상을 떠났다. 나란히 봄에 떠난 두 사람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책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시와 그림들이 담겼다. '되돌릴 수 없는 청춘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의 내 계절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며 지금 이 순간의 계절에 충실하고 감사할 것을 이야기한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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