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宋)나라 전약수(錢若水)가 과거 공부에 열중하던 젊은 시절에 화산(華山)에서 마의(麻衣)를 입은 한 도사를 만나 자신의 미래에 관한 예언을 들었다. 예언대로 벼슬길에 올라 40세에 추밀부사(樞密副使)가 되고 사람들의 흠앙을 한 몸에 받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벼슬에서 용퇴하였다. 세상의 영화와 부귀를 모두 겪어보니, 추악한 경쟁과 모함이 난무하는 전쟁터인지라 삶에 대한 회의감이 크게 일어났던 것이다.
 
전약수는 육신이 살아있을 때에 하루속히 이런 곳을 벗어나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했던 신선(神仙)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은거하고 있는 마의도사를 찾아갔다. 신선이 되고 싶다고 마의도사에게 청하니 '그대의 골상에는 신선과의 인연이 없다(無此等骨)'며 절구 한 수를 지어주었다. "욕심이 있으면 부족에 허덕이고 욕심이 없으면 근심도 없는 법, 맑게 비움에 크게 다다를 수 없다면 노끈 허리에 매고 삼베옷 걸치는 것이 제일이라." 이 말을 들은 전약수는 신선이 되기를 포기하고 관상법을 전수받게 되었다. 이는 관상학의 교과서 중 하나인 <마의상법(麻衣相法)>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참으로 신비주의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인데 동양적 학문의 정서로 생각하면 되겠다.
 
<마의상법>은 관상학을 배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교과서로 여길 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특히 상법의 기준과 분류의 기본을 잘 정리하고 있다. 초기에는 원문을 번역한 수준의 책들이 주류였으나 지금은 다양한 해석서가 시중에 나와 있으니 관상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구독하여 참조하면 유용할 것이다. 거의 모든 학문 분야가 그러하듯이 교과서에 해당하는 책의 내용은 늘 기본과 기준으로서 유용한 것이다.
 
<마의상법(麻衣相法)> 총론 1장에 나와 있는 내용은 관인팔법인데 사람의 상을 크게 여덟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마, 코, 눈 등의 분류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보았을 때 기본적으로 보이는 기풍, 골격, 분위기 등을 기준하여 위(威), 후(厚), 청(淸), 고(古), 고(孤), 박(薄), 악(惡), 속(俗)으로 나누고 있다. 위는 위맹지상(威猛之相)으로 저절로 두려운 마음이 드는 상을 지닌 것을 말한다. 후는 후중지상(厚重之相)으로 도량이 넓고 마음이 탄탄하여 어떤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기운을 가진 상을 말한다. 청은 청수지상(淸秀之相)으로 정신이 밝고 뜻이 고상하여 맑은 기운이 가득한 상을 말한다. 약간의 후중이 필요하다. 고(古)는 고괴지상(古怪之相)으로 일반적인 사람의 기골과 달리 울퉁불퉁하게 생겨 약간 괴이하게 생겼는데 천박하게 보이지 않는 상을 말한다. 고(孤)는 고한지상(孤寒之相)으로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상을 말한다. 대체로 목이 가늘고 길며 몸이 가늘어 보이는 특성을 지닌다. 박은 박약지상(薄弱之相)을 말하는데 몸이 허약해보이고 정신도 맑지 않은 느낌을 주는 상이다. 일종의 빈천지상에 해당한다. 악은 악완지상(惡頑之相)으로 징그럽고 혐오감이 드는 상이다. 속은 속탁지상(俗濁之相)으로 천박하고 저속하게 보이는 상을 말한다.
 
처음 관상학을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경계가 모호한 것이라 배움의 벽을 바로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왜 사람의 상을 나누는 걸 책의 서두에 두었을까? 이 분류가 크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전체적으로 속탁의 상을 가진 사람이 입 한 부위가 잘 생겼더라도 그 좋은 작용은 미미하기 때문인데 다음 글에서 세세히 다루기로 한다.




김해뉴스
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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