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보골채운다'는 말을 아십니까? '보골'은 '허파'의 경남지역 방언입니다. 허파는 '부아'와 같은 말입니다. 부아는 '노엽거나 분한 마음'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보골채운다'는 '화를 돋운다'의 방언인 셈입니다.
 
6·4 지방선거 국면을 맞아 김해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혹은 이런 저런 참혹한 말들을 듣다 보면 '이 사람들이 지금 보골채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선 김해시장, 시·도의원 후보들의 전과를 살펴보니 가관입니다. 파렴치한 전과가 여럿인 사람도 보입니다. 물론 개과천선한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바 여전히 질 낮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선거 현수막의 글귀나 홍보문구에 '깨끗한' '정의' '진짜' '참된' '착한' 따위 거룩한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공천한 정당이나 개인 모두 유권자들의 보골을 채우려는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 두 사람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김맹곤 시장 후보는 기자들 앞에서 스스로 성 접대설을 거론했고, 한 도의원 후보는 여성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말이 나온 그 자체만으로도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김맹곤 후보의 성 접대설이 나돈 건 제법 됐습니다. 김 후보는 저에게 스스로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는 한 장어구이 집에서 "내가 몸이 불편해 부산의 한 온천을 간혹 이용하는데 호텔 안에 온천이 있다 보니 이상한 소문이 돌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텔 말이지요?"라고 물어주었고, 대화는 중단되었습니다. <김해뉴스>는 기실 성 접대의 방식과 금액, 성 접대에 따른 사업적 보상 등에 대한 증언과, 성 접대를 했다는 한 여성의 녹음 내용을 입수한 적이 있습니다만, 음해성 제보일 수도 있어서 굳이 확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의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수사 관계자들 그리고 일부 기자들이 <김해뉴스>에 사실 관계를 문의해 오는 등 부산하게 움직인 적이 있습니다. 현직 시장인 김 후보가 ○○호텔에 자주 출몰한다는 내용의 첩보를 입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뒤 CCTV와 거래계좌 내역은 확보했는데, 결정적인 현장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소강상태를 맞았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더불어 김 후보 외에 김해시청의 일부 고위공무원들과 시의원들의 명단이 함께 나돌기도 했습니다. <김해뉴스>는 김해 시민들의 명예 문제 등을 감안해 일단 기사화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터에 김 후보는 스스로 이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그는 왜 느닷없이 이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일까요? 선거 쟁점화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오판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직 시장이 오랫동안 이런 문제로 입길에 오르내린 가운데, 이 사안이 공론화된 것 자체가 시민들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겠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가 슬쩍 해명하는 정도로 넘어가는 것도 보기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면 소문의 진원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야지 해명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는데, 일견 타당한 반응이란 생각을 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 김해의 유권자들은 심사가 편치만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보골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게 되는 것이니, 차분하고 냉정하게 전과 기록 등이 담긴 선거 공보물을 잘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해야 하겠습니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