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정'은 김해에서 갈치 요리로 유명한 식당 중 하나다. 김해의 어지간한 유명인사들은 대부분 이집을 알고 있다. 김해상의신협 허창웅(58·내외동) 이사장은 웃으면서 "조금 멀더라도 잘 하는 집으로 가자. 여기가 괜찮다. 우리 신협의 고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마정은 인제대학교에서 가야랜드를 지나 가야컨트리클럽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있다. 100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대형 식당이라 쉽게 찾을 수 있다. 원래 이름은 가야정이었는데 한 달 전에 바뀌었다.

▲ 김해상의신협 허창웅 이사장이 가마정의 갈치조림을 먹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가야CC 길목 100여명 수용 대형 식당
물건너온 제주산 생물·급냉 재료만 고집
"가격 대비해 맛과 향 절대 뒤지지 않아
어머니가 해주던 손맛 그대로 느껴져"
 
가마정 음식은 가격이 싸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만한 맛과 양을 자랑한다. 일단 갈치 토막이 두툼하고 조림도 섭섭하지 않은 양이 나온다. 더구나 신선한 재료만 고집하므로 맛이 뛰어나다.
 
가마정의 김지현 대표는 겸손한 태도로 맛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람마다 원하는 맛이 다 다르다. 어떤 수준을 넘어서고 나면 맛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맛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며 "아무리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요리해도 손님은 어릴 적 어머니가 해준 손맛을 최고로 친다. 최고의 음식은 각자의 추억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 욕심이 많다. 그는 붕대를 감은 손목을 보여주며 "음식점 운영이 이렇게 어려운지를 미리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5년 전에 가게를 차릴 때 여성이 할 수 있는 만만한 일이 음식점 운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고 대충 할 수도 없지 않나"라며 "생물 갈치가 들어오면 그날 다 손질해야 한다. 근무시간이 끝나도 다 못하면 직원들은 퇴근하고 나 혼자서 처리한다. 어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계속 손질했더니 손목이 아프다"라며 웃었다.
 
▲ 갈치구이.
허 이사장은 "가마정이 최고의 갈치요리집으로 인정받는 데는 김 대표의 악바리 근성이 한몫 했다. 지난해까지 명절 당일에도 쉬지 않고 가게를 열더라. 그런 성실함에 반한 단골손님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골프장에서 경기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가마정에 들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허 이사장의 말이 이어지고 있는데, 주문한 갈치조림과 갈치구이가 나왔다. 제대로 만든 갈치조림은 밥도둑이라 할 만큼 밥에 비벼먹으면 맛있다. 가야정의 갈치조림도 그런 맛이었다. 갈치에 묻힌 양념이 돌솥에 담겨져 나온 밥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합을 만들어냈다.
 
갈치구이는 일단 크기가 커서 먹을 것이 많다. 알이 들어있는 토막도 있었는데 적당히 익은 알이 입안에서 터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반찬은 요란하지 않으면서 입맛을 돋궈주는 역할을 했다. 김치와 나물, 우엉조림 등이 나왔는데 갈치구이와 잘 맞았다.
 
농어과에 속하는 갈치는 생김새가 칼과 닮아 칼치라고도 부른다. 갈치라는 말 자체가 칼치에서 온 것이며 김해를 비롯한 동남권에서는 지금도 칼치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갈치를 가리키는 영어 'Cutlassfish'도 칼 모양의 물고기라는 뜻이다. 몸을 덮고 있는 은색 성분은 구아닌이라는 색소로 진주에 광택을 내거나 화장품을 만들 때 쓰인다.
 
갈치는 성격이 급해서 물 밖에 나오면 바로 죽으므로 회로 먹기 힘들다. 그래서 주로 굽거나 조림을 해서 먹는다. 갈치는 가시가 많아서 먹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가시를 발라내는 간단한 방법을 몰라서 그렇다. 갈치 토막 양 옆에 있는 가시를 입이나 젓가락으로 빼내면 부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하지는 못하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 갈치조림.
갈치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산지에서는 고등어보다 더 저렴한 생선이었다. 어린 새끼는 풀치라 불리는데 주로 어묵의 재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갈치 값이 크게 올라 어느덧 고급어종의 대우를 받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 연안에서는 어묵 재료로 쓸 만한 흰살생선이 많이 잡히지 않아 동남아시아 등에서 갈은 연육 형태로 수입을 많이 한다.
 
가마정이 가격대비 푸짐한 갈치요리를 내놓는 비결은 낮은 물류비에 있다. 가마정은 김해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체 냉동창고를 운영한다. 김 대표는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묻는 말에 거침없이 답했다. 그는 "우리 집 갈치는 전부 제주도에서 가져온다. 생물을 쓰기도 하고 냉동을 쓰기도 한다. 냉동이라고 해도 잡은 배에서 바로 급랭시키므로 맛을 보전할 수 있다"며 "잡힌 갈치는 현지 냉동창고에 있다가 오기도 하고 바로 오기도 한다. 김해에 온 갈치는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되는 경우도 있다. 갈치가 쌀 때는 많이 사고 비쌀 때는 적게 사므로 원가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은 "김 대표는 비싼 갈치를 쓰기 때문에 가게 매출에 비하면 이문은 적게 남는다고 엄살을 부린다. 꼭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려는 자세가 모두를 즐겁게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인심 좋은 요리가 가마정의 강점"이라며 "김해상의신협도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지역경제의 동반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 요즘 들어 공유와 나눔의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김해상의신협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앞선 전략과 정도 경영으로 협동조합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 2대 김해시의원을 지내며 정치를 경험하기도 했던 허 이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김해상의신협 이사장을 맡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김해상의신협은 지난해 말 자산 6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조합원 수는 7천 명에 이른다. 그는 "2010년 진영신도시에 진영지점을 마련했는데, 현재 그곳의 자산만 200억 원을 넘었다"며 700억 원 이상이 되면 내외동 또는 삼계동에 지점을 하나 더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마정/인제로 452. 055-325-1119. 갈치구이 1만 5천~2만 원, 갈치찌개·조림 3만~5만 원, 전복구이 5만~10만 원, 전복해물탕 3만~5만 원, 고등어구이 1만 원, 조기매운탕 1만 원.

김해뉴스 /최윤영 기자 c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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