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학의 교과서로 쓰이는 <마의상법(麻衣相法)>의 제일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은 '관인팔법(觀人八法)'이다. 이마가 어떠하고 코가 어떠하면 이러하니 저러하니 식의 표현이 있을 법도 한데 왜 사람의 이미지를 크게 아울러서 표현한 '관인팔법'을 가장 먼저 서두에 다루고 있는 것일까? 모든 책이나 글의 앞부분은 가장 중요한 개념을 다루거나 대전제를 다루고 있으니 그 중요함을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다.
 
지난 글의 내용을 기억으로 더듬어보자. 사람의 상(相)을 관찰할 때 먼저 그 사람의 기풍, 골격, 분위기 등을 기준하여 여덟 가지로 나눈다고 하였는데 <마의상법>은 위(威), 후(厚), 청(淸), 고(古), 고(孤). 박(薄), 악(惡), 속(俗)으로 나누고 있다. 위는 위맹지상(威猛之相), 후는 후중지상(厚重之相), 청은 청수지상(淸秀之相), 고(古)는 고괴지상(古怪之相), 고(孤)는 고한지상(孤寒之相), 박은 박약지상(薄弱之相), 악은 악완지상(惡頑之相), 속은 속탁지상(俗濁之相)으로 그 의미는 이미 다루었다. 한자의 의미를 깊이 알지 못하더라도 대강의 의미를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여덟 가지 속에 틀을 지운다는 것은 간단해보이지만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전형적인 얼굴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의 총체적 운명을 손쉽게 알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팔법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실제 그런 틀을 벗어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기 애매한 경우다. 어떻게 보면 후중지상으로 보이고 어떻게 보면 속탁지상으로도 보이니 이럴 경우 그 해석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람의 상(相)을 관찰해보면 뒤섞인 경우가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분류하고 해석할지 참으로 난감해지는 것이다. 필자 또한 이런 경험이 훨씬 많아 관상학 책을 여러 번 덮었었다. 덮고 다시 열기를 거듭하였는데 문득 '비빔밥'이란 키워드가 떠올랐다. 사람의 몸과 상(相)은 유전적 요인에 의존한다. 한 개인의 몸과 상을 만드는 데 간여한 조상의 숫자는 대단히 많다. 한 사람이 태어나려면 부(父)와 모(母)가 존재해야 하고 그 부(父)의 부모가 또 존재해야 하니 수많은 조상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유전자의 원리를 다들 알고 있으니 거듭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전적 특질은 당연히 가까운 조상의 것을 따르더라도 이런 간섭을 쉽게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양만이 아니라 에너지 측면에서 혼재성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사람의 운명적 특질을 분류하고 적용할 것인가? 비빔밥의 분류를 떠올린다면 오히려 효율적일 것이다. 비빔밥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으니 다양한 맛이 나는데 그 어느 것도 비빔밥에 속하는 것이다. 매운맛, 단맛, 고소한 맛 등 다양한 맛이 난다면 당연히 그러한 재료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상(相)을 살피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으니 위(威)와 후(厚)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고 청(淸)과 박(薄)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청(淸), 고(孤), 박(薄)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으니 이것들이 혼재되어 그 사람의 삶과 운명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모양을 찾아보되 수많은 비빔밥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꾸 보다보면 자연 원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 글에서 밝혔듯 관상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마의상법>이 가장 유용하다. 기본과 기준이 되는 교과서이다. 시중에 원문 번역본과 다양한 해석서가 함께 나와 있으니 관상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김해뉴스
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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