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어방동의 중국요리전문점 태성춘에 머리가 하얀 어르신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었다. 2006년부터 짜장면 나누기 봉사를 펼쳐온 김해햇빛사랑봉사회(회장 박희태·56)가 '31차 사랑의 짜장면 봉사 활동'을 연 것이다. 어르신들이 계속 밀려드는 바람에 식당 외부에도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정신없이 짜장면을 나눠주던 박 회장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 김해햇빛사랑봉사회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6년 중식당 주인들 뜻모아 창립
3개월에 한번씩 총 31차례 활동 펼쳐
지원금 없이 회원들 회비로만 운영
"봉사의 삶이 잘 사는 삶이라 믿어"
 
햇빛사랑봉사회는 2006년 10월에 만들어진 봉사단체다. 박 회장이 어방동에서 중국요리점을 운영하던 사람들을 모아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방동에 있는 중국요리전문점의 모임이라는 뜻에서 '어중회'로 이름을 지었다. 참여하는 회원이 늘자, 2008년 햇빛사랑봉사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회원은 모두 부부다. 지금은 14쌍의 부부가 활동한다. 박 회장은 "부부가 같이 봉사활동을 하면 의사 소통이 잘되기 때문에 가정에 마찰이 줄어들고 부부간의 정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회원들이 모두 중국요리전문점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업종을 바꾼 회원들도 생겼다. 치킨집 주인, 회사원 등의 직업을 가진 회원들도 있다. 회원들은 직종이 바뀌어도 봉사가 좋아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은 "회원들끼리 언니, 형님 하며 지내기 때문에 큰 가족 같다"며 봉사회 자랑을 늘어놓았다.
 
햇빛사랑봉사회는 주로 홀몸노인, 보육원, 장애인시설, 아동시설, 양로원 등을 찾아 짜장면과 탕수육을 만들어 나누는 봉사를 한다.
 
매월 5만 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10만 원씩 회비를 모아 3개월에 한 번 꼴로 봉사하고 있다. 박 회장은 김해시외식업 지부에서 가끔 음료수를 지원받는 것을 제외하면 자금을 지원 받는 곳이 없다고 했다. 지원금 없이 오직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한다는 것이다.
 
봉사활동 날짜는 회원들이 쉬는 날을 맞춰 정한다. 봉사하기 전날, 회원들은 박 회장의 태성춘에 모여 재료를 다듬는다. 봉사 당일에는 전날 다듬은 재료로 요리를 한다. 지난번 30차 봉사 때는 김해종합사회복지관에 650여 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람에 재료가 부족할 정도였다.
 
박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며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밀양에 있는 '오순절평화의마을'에 갔을 때였어요. 중증장애를 앓아 손을 잘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음식을 떠먹여주려 했죠. 그랬더니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젓가락질이 힘들어 보였지만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한다고 했죠. 몸이 불편해도 스스로 하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답니다. 몸이 불편하지 않은 우리가 봉사를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회장은 앞으로 큰 차를 사서 즉석에서 조리를 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 차를 몰고 여러 곳을 다니며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김해지역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찾아가 봉사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비용 문제로 아직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박 회장은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했다. "복지관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부르더니 자리에 잠시 앉으라고 하셨어요. 저보고 '잘 사느냐'고 묻더군요. '그렇게 잘살진 않다'고 대답했더니, 어르신은 '이렇게 봉사하며 사는 게 잘사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그 어르신의 말이 아직 잊히지 않아요. 어르신 말대로 지금 저는 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김해뉴스 /원병주 인턴기자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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