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
(아라이 신이치 지음/이태진 외 옮김/태학사/1만 5천 원)

일본은 강제합병한 조선에서 엄청난 문화재를 약탈해갔다. 전쟁에 편승하면 문화재를 쉽게 손에 넣고, 쉽게 일본으로 반출할 수 있다고 기록한 문건도 남아있다. '전시에는 평상시에는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명품을 얻을 수 있다', '평상시에 비해 매우 싼 가격으로 명품을 획득할 수 있다', '평상시에 비해 중량 있는 무거운 물품도 운반할 방법이 있다' 등이 당당하게 쓰여 있다니 분노가 치민다. '문화재 수집은 육군대신이나 군사령관의 지휘에 따를 것', '문화재가 일본에 도착한 뒤에는 제실이나 제국박물관 소장으로 할 것', '병사들로 하여금 협력하여 수집하게 할 것' 등 구체적인 방법도 적혀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방방곡곡을 다니며 고려자기를 비롯한 고미술품을 싹쓸이했다. 그렇게 가져간 문화재는 일본왕에게 헌상했다. 당시 오사카에는 조선에서 나온 문화재를 거래하는 전문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도쿄제국대학 교수였던 세키노 다다시는 1909년에 조선의 고건축물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의 임무는 조사 대상인 고건축물 하나하나에 갑, 을, 병, 정 이렇게 등급을 매기는 것. 한양에 남아있던 궁궐뿐만 아니라 낙랑군 유적, 고구려 벽화 고분, 삼국시대의 왕릉까지도 그 대상이었다. 그가 하급으로 분류한 건물과 유적들은 모두 파괴됐다. 경희궁 역시 하급으로 분류돼 결국 조선총독부에 의해 파괴됐다. 궁궐이 하급으로 분류돼 파괴됐으니, 당시 얼마나 많은 고건축물이 파괴됐을지 그들 말고는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남의 나라 고건축물을 자기들 마음대로 등급을 매겨 없애버렸을 정도이니, 문화재를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양심학자 아라이 신이치 교수가 일본이 조선의 문화재를 어떻게 약탈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아라이 신이치는 1922년 조선총독부가 강탈하여 일본 궁내청에서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의궤>가 2011년에 우리나라로 반환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책의 전반부에서 일제에 의한 문화재 반출사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연합군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그리고 한일국교정상화 회담에서 이 의제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도 다루었다. 그밖에도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재 반환 운동의 추이, 국제법적 관점의 새로운 동향, 식민주의 청산의 움직임을 두루 소개했다.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의궤>가 반환됐을 때, 일본에서 <조선왕실의궤>가 반환됐을 때, 오마마 미국 대통령이 조선왕실 어보와 대한제국 국새를 선물로 가지고 반환했을 때만 해외로 강탈당한 우리 문화재에 대해 '반짝 관심'을 가지는 현실을 뼈저리게 떠올려주는 책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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