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불편한 지역 현실 탓에 찬반양론
주민들 "편리" 인근 상인 "매출 감소"
신고·등록 의무사항 아니어서 계도만


대도시에서는 오일장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일부 상인들이 여러 아파트단지를 날짜별로 돌아가며 1주일에 한 번씩 아파트 안의 공터나 인도에 장을 세우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김해 장유지역에는 오일장이 수두룩하다. 무려 10개나 된다. 다른 도시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사람들마다 반응은 다르다. 지역 주민들은 편리하다며 오일장을 환영하지만, 주변 상가의 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며 난리다. 오일장에서 여러가지 법 위반 상황이 벌어지지만, 김해시는 시장을 폐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 삼문동 주공6단지 아파트 인근 젤미오일장. 아파트 주민들과 인근 상가의 상인들은 오일장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

22일 김해시 장유출장소에 따르면 장유지역에 5일마다 들어서는 오일장은 총 10곳이다. 이가운데 장유중앙시장만 등록시장일뿐 부곡동 갑을장유병원 앞, 삼문동 주공6단지 앞, 관동동 정자나무 공원 앞 등 나머지 9곳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임시시장이다.

장유지역에 오일장이 이렇게 많은 것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 현실 때문이다. 장유지역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지만 대중교통이 부족해 주민들은 장유중앙시장에 가기가 힘들다. 이런 지역주민들의 사정을 간파한 상인들이 아파트단지 인근에 오일장을 연이어 세운 것이다. 장유출장소 관계자는 "장유지역의 인구가 14만 명을 넘지만 정식 재래시장은 무계동 장유중앙시장 하나밖에 없다. 장유중앙시장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팔판오일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주민들이 장유중앙시장으로 가려면 불편하다. 그래서 자연발생적으로 오일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우후죽순격으로 세워진 오일장은 사실 각종 법을 어기고 있는 상태다. 부곡동 갑을장유병원 앞 부곡오일장은 2012년 8월 무단형질변경 혐의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또 오일장을 찾는 주민들의 불법주차 뿐만 아니라 도로를 점거한 노점상,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장터 내 분식점과 반찬가게 등도 법에 저촉된다. 장유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조리된 음식, 얼음에 얼려 보관되는 식품의 경우 안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오일장의 상인 대부분이 영세업자여서 계도 위주의 지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일장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오일장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젤미오일장 인근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박 모(44·여) 씨는 "상가의 상인들은 모두 행정관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가며 장사한다. 그러나 오일장 상인들은 행정관청에 신고도 안했을 뿐더러 현금만 받아 매출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용인해주는 행정관청이 원망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팔판오일장 인근에서 분식가게를 하는 박 모(61·여) 씨는 "끝자리가 1, 6일인 날 팔판오일장이 들어선다. 팔판오일장에서 약 200m 떨어진 덕정사거리 앞에는 끝자리가 3, 8일인 날 관동오일장이 들어선다. 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장사가 거의 안된다. 한 달 중 12일만 제대로 장사하는 셈이다.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매출에 타격이 크다"며 하소연했다.

▲ 한 주민이 관동동 정자공원 앞의 팔판오일장에 물건을 사러 가고 있다.

장유중앙시장 측도 오일장을 없애는 데 적극적이지 못한 시 행정을 비난했다. 장유중앙시장 상인번영회 관계자는 "부곡오일장 때문에 장유중앙시장은 상설시장에서 오일장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올해 김해시로부터 15억 원을 지원 받아 내년 5월을 목표로 주차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오일장 때문에 피해 입는 상인들의 어려움은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거지 인근에서 쉽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오일장을 반대하지 않는다. 젤미오일장에서 만난 주민 김 모(45·여·대청동) 씨는 "장유중앙시장의 물건 가격이 저렴하지만 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간단하게 물건을 살 때는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박 모(38·여·관동동) 씨는 "집 근처에 있어 자주 온다. 가깝기 때문에 채소, 생선 등 신선식품을 주로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상인들도 오일장을 옹호한다. 한 오일장 인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오 모(46·여) 씨는 "오일장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채소를 사러 오일장에 들른 손님들이 자연스레 정육점을 찾는다. 정육점 입장에서는 오일장이 반갑다"고 말했다. 대청리민속오일장터 인근의 울트라상가 번영회 관계자는 "오일장과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일부 상인들은 불만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오일장이 들어섬으로써 유동인구가 많아져 장사가 잘 되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입장이 난처하다. 법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해시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1천㎡ 이상의 임시시장은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나 등록을 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불법주차, 노점상, 식품위생법 위반 단속 등을 통해 시에서 할 수 있는 행정조치는 다하고 있다. 하지만 오일장 자체를 없앨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토로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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