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보험조차 가입 안돼 아프면 '손해'
그만두고 싶어도 "먹고 살려면…" 한숨

김명자(56·여·가명) 씨는 올해로 6년째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동안 직장 생활을 했지만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10년 넘게 주부로만 살아왔다.

그는 2008년에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식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했지만 김 씨가 일을 하지 않으면 가계를 꾸려나가기 힘든 실정이어서 계속 일을 하고 있다.

김 씨의 일과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야간 근무를 마친 동료와 교대를 한 뒤 병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병실 곳곳에서 김 씨를 찾는 벨소리가 연신 울려댄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그를 찾는 것이다. 환자는 복도 끝에 위치한 화장실로 걸어가는 동안 김 씨의 손을 놓지 않는다. 이때 김 씨의 업무는 화장실 이동 보조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변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필요할 때에는 뒤처리까지 김 씨가 담당한다.

환자 한 명만 부축하고 나도 진이 다 빠져버리지만 김 씨는 근무시간 동안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잠시 쉬는 시간이 생긴다고 해도 쉴 공간이 없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복도에 있는 간이의자나 탕비실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가 전부다. 행여 의자에 앉더라도 쉴 수가 없다. 근무를 하면서 틈틈이 지켜본 환자들의 관찰일지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 환자마다 '오늘 뭘 먹었는지', '어떤 점이 불편해했는지', '화장실을 몇 번 갔는지'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 일은 만만한 게 아니다. 그가 돌보는 환자가 10명을 넘기 때문이다.

점심은 낮 12시에 환자들의 식사를 도우고 나서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먹는다. 하지만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가 없다. 밥을 먹다가도 벨소리가 울리면 환자들에게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뒤부터 병원에서 마음 편히 밥을 먹은 적이 없다. 환자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식은밥을 꾸역꾸역 챙겨 먹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소화제를 매일 달고 산다"고 토로했다.

▲ 요양병원 소속의 요양보호사들이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가 자세를 바꾸도록 도와주고 있다.

환자의 체위 변경이나 침대 높낮이 조정 같은 일을 할 때면 어깨나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지난해부터는 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어깨 근육에 통증이 생겼다. 하지만 산재보험신청조차 할 수가 없다. 국민연금, 건강, 산재,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병원에서 배려를 해주는 덕분에 오전 근무가 끝난 뒤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무료로 물리치료를 가끔 받는다.

야간근무를 할 때는 환자들의 병실 앞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청한다. 환자에게 관장을 하거나 약을 배급하는 일은 간호사의 업무지만 간호사들은 궂은일을 요양보호사에게 미루는 경향이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담당간호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힘들다.

하루에 12시간씩 한 달 동안 일을 해서 손에 쥐는 돈은 130만 원에 불과하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한 시간당 4천300원으로 최저시급인 5천 210원에도 못 미친다. 김 씨는 "출근 할 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억울하고 힘들어도 요양보호사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가 있다. 하지만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까지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이 글은 인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조현 교수가 작성한 '요양병원에서의 요양보호사의 실태'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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