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활천동에 소재한 한 고물상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수거해온 고물들을 트럭에 쌓아올리고 있다.

고물상이 저소득층의 생계형 사업이란 인식은 옛말이 됐다. 최근 김해지역 고물상들이 주거밀집 지역에서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고물을 수집하는 '기업형'의 모습을 띄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과 주거환경 등을 놓고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2시께 김해시 지내동 일대. 한적한 주택가에 난데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인근 고물상에서 고철 고물을 가공하는 소리다. 포클레인과 트럭이 움직일 때마다 도로가엔 새하얀 먼지가 피어올랐다. 인근 빌라는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몇 겹으로 닫아두었다. 먼지 등 오염물질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길을 지나던 주민 강 모(46)씨는 "고물상에선 새벽 4시 정도만 되면 작업을 시작한다"며 "아이가 놀라서 깨는 것은 물론이고 고철을 몇 단으로 쌓아둔 탓에 장마철엔 녹물이 흘러내리고 평소엔 바퀴벌레가 기어다닌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또 "이사를 가려고 집을 내놓아도, 집 주변이 온통 고물상이라서 팔리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강 씨는 몇 번이나 김해시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번 "고물상은 자율업종으로 현행법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고물상은 지난 2000년 고물영업법이 폐지되면서 세무서 사업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해졌다. 시에 허가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신고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기업형 고물상의 숫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시는 제재는 차치하고 정확한 업체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해시 청소과 관계자는 "자율업종의 업체 수 파악이나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일이 발로 뛰어서 업체 수를 세어야 하는데 고물상의 경우엔 문을 닫거나 새로 생기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전수조사에서도 정확한 업체 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가 현행법을 핑계 삼아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초 부산 강서지역에서 '개발제한법'이 시행됨에 따라 강서지역 고물상들이 김해로 대거 이전하면서 기업형 고물상들이 주거밀집지역인 도심지역까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김해지역 고물상은 대략 325개로 지난해 대비 100여 개가 증가한 수치다. 이중 118개가 도심지역인 동지역에 밀집해 있다. 특히 '기업형 고물상'일 개연성이 높은 991㎡(300평)이상 규모의 고물상 개수만 따져 봐도 지내동 23개, 북부동 21개, 칠산서부동 18개, 회현동 6개, 내외동 6개 등이 영업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음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먼지나 부산물을 통해 환경오염을 유발하면서 주민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기업형 고물상'이 문제가 되면서 오는 7월 24일부터 개정된 고물상법이 시행되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 현재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데다가, 김해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김해시 자체적으로 고물상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명찬 김해시의회 의원은 지난 제153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김해지역 주민들이 고물상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겪는 만큼 불법건축, 농지전용, 도로점용 등에 따른 관련법을 적용해서라도 간접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고물상법에 따르면 기존 고물상들이 2년 안에 이전해야 하는데, 이를 대비해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고물상 업주들과 업체가 입주하고 시에서 이를 집단관리할 수 있도록 '고물상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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