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민들은 범죄를 많이 저지를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이들을 무서워하는 내국인들이 많다. 사진은 동상동 거리를 오가는 이주민들.

카더라식 흉흉한 소문 잇따라 편견 확산
경찰도 "강력범죄설 대부분 사실무근"
전문가들 "막연히 두려워 말고 소통을"

'수개월 전 김해의 한 야산에서 외국인 남성이 등산 중이던 남편을 포박한 채 부인을 성폭행한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다.'

'해반천에서 외국인 남성이 운동을 하러 나온 동네 주민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위의 두 사건은 한때 김해지역에서 떠돌았던 '카더라 통신' 즉, 외국인 관련 유언비어다. 정확한 시점이나 구체적인 범행 방법, 사후 처리에 대한 내용 등이 아 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성폭행' '살인'이란 자극적인 요소가 가미돼 관심을 모은 것이다.

김해지역에서는 이주민 인구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는 이주민들을 무서워하거나 불량한 사람들로 오인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내국인들이 많다.

외국인 관련 범죄 소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례면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월세를 놓고 있는 최 모(62) 씨는 "몇 년 전 진례면에서 운동 나간 할머니가 외국인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외국인들을 늘 대하지만 밤에는 무서워서 밖에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는 범행 장소가 어딘지, 피해자는 누군지, 피의자는 누군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같은 실체 없는 소문 때문에 가장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은 경찰이다.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외국인 관련 강력 범죄사건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경찰도 모르는 살인사건, 성폭행 사건이 있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모의 차이에서 시작된 외국인 혐오현상 때문에 생긴 헛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구 대비 외국인 범죄는 내국인 범죄에 비해 훨씬 낮지만 내국인들은 반대로 외국인들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과장된 보도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해 서부·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년동안 김해지역에서 발생한 외국인 범죄는 2013년 371건, 2014년 10월말 현재 264건이다. 이 중에서 약 65%가 음주운전, 신호위반, 무면허 운전 등 교통법 위반 사건이다. 살인 사건은 살인미수를 포함해 지난 2년간 총 2건이 발생했다. 

김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외국인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의 '2014 범죄분석' 자료와 출입국사무소의 '2013년 체류외국인 통계', 법무부의 '2013년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를 분석한 결과, 내국인 범죄율은 4.14%인데 비해 외국인 범죄율은 1.94%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주촌면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한 이주노동자는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등 어디에서든 나쁜 사람은 있다. 사실 우리 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관리직 한국 사람들이다. 이주민들을 무조건 이상하게 보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살렘(38·파키스탄) 씨는 "지난 10년 동안 딱 한 번 동료랑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지금껏 한국에서 살면서 특별히 문제를 일으켜 본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한국인이든 이주민이든 나쁜 일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고국을 떠나 멀리 한국까지 와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 잘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사고를 치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이주민들의 범죄를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민센터·경찰 등 관련 전문가들은 이주민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주민들이 많이 몰리는 동상동에서는 '김해 세계 크리스마스 문화축제', '외국인명예경찰'의 방범 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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