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서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지역 학부모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해시는 인력부족 때문에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보육교사 자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내 총 897곳에서 2만500여명 수용
행정인력 9명 … 1인당 100곳 관리 부담
신고·고발돼야 적발에 행정조치도 미흡

피해 아동 심리·행동발달 큰 지장 우려
CCTV 설치도 인권 논란에 추진 난항
열악한 보육교사 처우문제 개선도 시급


■ 조리사 "뱉어낸 음식 먹어"
김해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났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경찰과 행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아들 김 모(5) 군이 김해의 한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부터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겪었다며  지난해 12월 말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A 씨는 "12월 16일 아들과 다른 어린이 1명이 점심을 늦게 먹자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둘을 조리실로 보냈다. 조리사는 두 아이에게 식판에 남은 음식을 다 먹으라고 했다. 아들이 음식물을 뱉어내자 소리를 지르며 뱉어낸 음식물을 먹으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아들과 함께 있었던 아이가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 엄마가 연락을 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 나중에 아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 측이 밥을 늦게 먹는 아이들에게 차가운 복도에서 밥을 먹게 하거나, 손으로 머리·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위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조리사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소리를 지른 적은 있지만 뱉어낸 음식을 먹게 하거나 폭행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집 측은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조리사를 지난달 30일 권고사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아동과 어린이집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김해시도 진상 조사에 나섰다.
 

■ 김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 3위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의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천12건, 아동학대 판정건수는 741건이나 됐다. 경남의 18개 시·군 중에서 창원이 신고건수 200여 건, 판정건수 120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 진주는 신고건수 180여 건, 판정건수 120여 건으로 그 뒤를 따랐다. 김해의 경우 신고건수 150여 건, 판정건수 100여 건으로 창원, 진주에 이어 경남에서 세 번째로 아동학대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폭행·학대는 피해아동에게 공포감을 일으켜 심리적 외상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동의 정상적인 심리, 행동발달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효아동·청소년상담센터의 이유갑 소장은 "어린 시절에 지속적으로 폭행·학대를 당한 경험은 심리적 상처로 남게 된다. 이는 대인 기피 등을 일으켜 사회생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불안·집중력 감퇴 등의 원인이 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 김해시, 인력부족으로 관리에 어려움
김해시에 따르면, 1월 현재 김해지역의 어린이집은 모두 897곳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21곳, 민간어린이집이 876곳이다. 보육교사는 4천107명으로 원장 897명, 1급 보육교사 1천353명, 2급 보육교사 1천608명, 3급 보육교사 249명이다.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2만 538명에 이른다. 시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사업 예산은 지난해 1천447억 원이었고, 올해는 1천445억 원에 이른다.

시는 김해지역 어린이집을 상대로 매년 1회씩 정기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지난해 정기점검을 실시한 곳은 46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436곳에 대한 정기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어린이집에서 정기점검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인력부족 때문이다. 어린이집 점검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시청 6명, 장유출장소 3명 등 모두 9명에 불과하다. 공무원 1인당 담당 어린이집만 100곳에 이른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1년 동안 담당 어린이집을 모두 점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 여성아동과 관계자는 "정기점검 횟수는 법으로 정해진 게 없다. 9명이 1년에 한 번씩 김해지역의 어린이집을 모두 정기점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정기점검을 할 때 아동폭행·학대 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신고나 고발이 아니면 시에서 어린이집의 아동폭행·학대 등을 인지하기 힘들다. 아동폭행·학대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어린이집에 대해 운영정지, 해당교사 자격정지 등 후속적인 행정처분을 하는 게 전부"라고 안타까워했다.
 
■ 보육교사 처우 개선 필요
어린이집 학대 사건 발생 이후 김해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는 어린이집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성 글이 이어지고 있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문제는 국회에서도 논의돼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직 보육교사들은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가 아동학대 예방의 유일한 대책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보육교사 감시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어린이집의 한 보육교사는 "우리 어린이집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설치돼 있다. 지금은 보육교사 감시용으로 전락해버렸다. 원장이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보다 수업 중에 불쑥 들어와 수업 내용을 지적하기 일쑤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아동학대 예방보다는 사건 발생 후 조사용 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예방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보육문제 전문가 및 보육교사 들은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보다는 무분별한 보육교사 자격증 남발을 중단하고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해지역의 경우 보육교사 1인당 담당 아동은 6.3명에 이른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은 실제로는 1인당 10명 안팎의 아동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B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어린이집의 경우 아동 수에 따라 시로부터 지원받는 보육수당이 달라진다. 그래서 원장도 보육교사로 등록해서 아동 2~3명을 더 받는다. 하지만 원장은 실제 보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담은 보육교사가 다 떠안는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는 법대로만 한다면 유치원보다 적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육 시간 외에는 평가 인증, 교육 계획안 마련 등 행정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일을 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C어린이집의 한 보육교사는 "법적으로 8시간을 근무하라고 정해져 있지만 아이들을 집에 돌려보낸 뒤 행정업무 처리를 마치면 오후 10~11시에 퇴근한다. 주말에는 밀린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실제 하루 10~12시간 씩 근무하는 셈이다. 하지만 월급은 평균 130만~150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10년 경력의 보육교사 월급도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D어린이집의 한 보육교사는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은 3~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하지만 보육교사자격증은 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 아동심리학과 등에서 학점만 이수해도 받을 수 있다.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1년만 수강하면 보육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교육현장의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과정을 거친 사람에게만 보육교사 자격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고영희 학과장은 "김해의 경우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육교사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 아동 폭행·학대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년 보육교사 양성과정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재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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