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요 경남>의 김봉조 편집장이 가야장어에서 잘 익은 장어구이 한 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산삼·영지버섯·하수오·산도라지 …
200여병이 넘는 각종 담금주 향긋한 향
고소하고 담백한 소금구이와 찰떡궁합

보양식을 이야기할 때, 장어를 빼놓을 수 있을까. 장어는 비타민 A와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등이 풍부해 기운을 북돋아주는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해에서는 장어요리를 먹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할까.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암동 장어타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등산 잡지 <좋아요 경남>의 김봉조(51) 편집장은 '가야장어'를 추천했다. 가야장어는 동김해나들목(IC) 부근에 있다.

김 편집장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분위기가 다른 음식점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약방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우선 코끝에서 향긋한 산약초 향기가 느껴졌다. 눈앞에는 산삼, 영지버섯, 하수오, 산도라지 같은 희귀 산약초로 담근 담금주가 줄지어 서 있었다. 산약초 담금주는 어림잡아 200여 병이 넘었는데 음식점에 온 것인지 담금주 전시장에 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때 김 편집장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 몸보신 좀 하게 될 거요.(웃음) 제가 이 음식점을 추천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이 집 사장이 산약초를 비롯한 약용식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장어구이에 산약초 담금주 한 잔,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겠소."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음식점 주인 신만교(55) 씨가 장어와 밑반찬을 내왔다. 장어에서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통영과 거제에서 공수해온 바닷장어라고 했다. 금방 손질을 한 듯 불판에 올렸더니 이리저리 꿈틀댔다.
밑반찬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부추와 죽순, 마늘, 고추 등으로 담근 장아찌가 나왔는데 그냥 먹었는데도 전혀 짜지 않았다. 발효효소로 담근 장아찌라고 했다.

▲ 소금장어구이와 양념장어구이.
장어가 구워지는 동안 신 사장이 자신을 소개했다. 신 사장은 ㈔약용식물협회 경남지부 김해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했다. 약용식물관리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고 했다. 음식점에 있는 산약초 담금주는 모두 신 사장이 직접 산약초를 채취해 담근 것이라고 했다.

"산에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산을 다니다가 김 편집장을 만났지요. 저는 김 편집장의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반했고 김 편집장은 저의 산약초 지식에 반해 이렇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어가 다 익었는지 고소한 냄새가 등천을 했다. 소금 외에는 특별히 양념을 첨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젓가락으로 장어구이 한 점을 집으려는데, 신 사장이 술잔을 내밀었다. 먼저 산약초 담금주를 마신 뒤에 장어를 맛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 사장이 기울인 작은 주전자에서는 노란빛이 감도는 술이 떨어져 내렸다. 향이 그윽했다. '야생 들국화주'라고 했다. 입안에 약 3초가량 머금고 있었더니 향긋한 국화향이 입안을 말끔하게 정리해줬다.

드디어 장어를 맛볼 차례. 장어구이에다 죽순 장아찌를 얹어 입 안에 넣었더니 한 가득이었다. 하지만 먹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장어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신 사장이 굽기를 잘 구웠는지 바닷장어 특유의 연한 식감이 잘 살아있었다. 게다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장어기름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야생국화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입안이 깔끔해졌다.

▲ 200여병에 달하는 각종 산약초 담금주가 코끝을 자극한다.
"신 사장은 원하는 손님들에게 산약초 담금주나 산약초 차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산약초 담금주를 먹기 위해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니까요.(웃음) 저는 산에 갔다 오면 반드시 이 식당에서 장어구이를 먹습니다. 등산으로 피곤해 진 몸을 이 장어가 회복시켜주는 것 같기 때문이죠. 이 집 장어를 먹고 난 다음날에는 다시 산에 오르고 싶을 정도로 몸에 기운이 생겨요."

김 편집장은 대동면 수안리 수안마을의 이장을 지낸 사람인데, 인생의 절반을 산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이다. 그는 올 봄,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경남지역 산 홍보잡지 <좋아요 경남>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좋아요 경남> 발행을 구상한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경남의 수많은 산을 다니면서 나만 알고 있는 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지요. 경남의 다양한 관광지를 소개하면서 맛집, 숙박, 교통편 등 기본 여행정보도 소개할 생각입니다."

김 편집장과의 대화가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밥과 탕이 나왔다. 큼지막한 바닷장어가 들어간 '통장어탕'이었다. 매운탕이라기엔 구수한 맛이 강했다. 탕 속의 통장어를 밥공기에 넣어 숟가락으로 으깬 뒤 국물과 함께 쓱쓱 비벼먹었더니 맛이 일품이었다. 기호에 따라 제피가루를 넣어 먹어도 된다고 했다.

"허참, 정말 큰일이오. 내일도 어김없이 산에 오를 예정인데, 탕은 술을 부르고 술은 또 탕을 부르니 말이오. 우리, 신 사장에게 이야기해서 다른 산약초 담금주 한 잔 더 하는 게 어떻겠소?(웃음)"


▶가야장어 /어방동 인제로35. 동김해IC에서 인제대학교 방향 300m. 055-337-7226. 장어구이(1인분 130g) 1만 3천 원, 통장어탕 1만~3만 원, 아나고회 4만~6만 원, 생선구이 정식 8천 원, 생선모듬구이 2만~3만 원.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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